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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1년간 사라진 얼음 덩어리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1.2조톤에 달하는 얼음이 지구상에서 소멸됐다고 한다. 그만큼 녹아서 물이 됐다는 얘기다. 1.2조톤이라고 하면 와닿지 않지만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가상으로 만들어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를 표현해 눈길을 끈다.

자유의여신상을 내려다보듯 우뚝 솟은 입방체 얼음 덩어리는 높이 10km에 달한다. 이 정도 수준이 매년 인류가 지구에서 잃는 얼음 총량이라는 것. 지난 20년간 화석 연료를 태운 결과다. 이에 비하면 고층 빌딩은 이쑤시개 정도로 보일 정도다. 얼음 감소가 진행될수록 얼음 덩어리는 더 커진다.

이런 CG 얼음 덩어리 근거가 된 건 1월 25일(현지시간) 학술지 빙권(Cryosphere)에 게재된 설빙권 현황에 대한 최신 연구. 영국 연구팀이 지구 얼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위성 관측과 기후 모델을 이용해 조사했다. 지금까지 연구는 바다와 육지 중 얼음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한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논문은 기후 변화에 의해 녹은 얼음량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바다와 육지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지구촌 곳곳 빙하와 그린란드, 남극 등 극지를 덮은 빙상과 빙붕, 북극과 남극 바다에 떠도는 바다 얼음 등 지역을 연구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널리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면 이런 연구 결과를 조합해 지구에서 잃어버린 모든 얼음을 알아낼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데이터는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건 북극 해빙이라고 지적했다. 북극 바다는 조사가 시작된 1994년부터 2017년 사이 7.6조톤 얼음이 녹았다고 한다. 이어 남극 얼음층은 같은 기간 6.5조톤이 사라졌다. 최근에는 2017년 라르센C 빙붕이 붕괴되고 거대한 빙산 A68이 분리됐다. A68은 지금도 대서양을 방황해 2020년 말에는 야생동물 보호 구역이 많은 섬에 접근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선 얼음 영역 뿐 아니라 양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얼음층 해수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빙붕은 육지를 덮은 얼음 빙하가 바다에 돌출되어 있다. 하지만 인공위성이나 현지 관측을 통해 온수에 의해 얼음층이 침식되고 서서히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고 영향이 나오는 건 몇 세기가 될 것이라는 느긋한 생각은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남극 얼음이 모두 물로 녹으면 해수면은 3m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알래스카와 히말라야 등 육지 방하도 그린란드 빙하나 빙상과 마찬가지로 해수면 상승 주요 요인이며 모두 엄청난 속도로 소멸한다. 빙하와 녹은 물에 의존하는 지역에서 얼음 손실은 물 손실이며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해빙 소실과 이를 통한 북극 전통적 생활 양식에 미치는 영향도 불안을 낳고 있다.

점차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면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접근하거나 상륙했을 때 대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 기후 변화가 낳은 해일이 태풍이 발생하면 해일을 더 내륙으로 끌어 올리는 게 될 수 있다. 또 불길이 지구상에서 얼음 용해 외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태 요인이 되는 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열. 하지만 그냥 얼음을 녹인 게 발생한 열 3%에 불과하다. 놀라울 만큼 적은 양 에너지가 대량 얼음을 녹여 이게 환경에 불균형 등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맨해튼을 가릴 만한 거대한 얼음 덩어리는 인간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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