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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커피콩의 위기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커피는 아프리카 원산인 커피나무 씨앗이 원료이며 열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이런 커피콩 생산이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식물 중 하나다. 커피나무는 발아에서 3∼4년 지나면 씨앗을 붙이게 된다. 뽑아내고 과육과 껍질을 제거하고 세척과 건조, 구이 등 공정을 거쳐 가게에서 판매되는 커피콩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억 잔이 팔린다. 커피콩은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에 있는 수천만 명에 이르는 농부가 재배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위적인 기후 변화로 커피나무를 키우는 지역이 줄고 있다.

커피콩 주요 생산국인 콜롬비아에 사는 농부는 이미 기후변화 영향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농가 여성은 15년 전부터 커피콩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게 됐고 지난해에는 매우 적었다고 말한다. 또 다른 남성은 생산량 감소 뿐 아니라 가격 하락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커피를 재배하는 풍경이 과거가 될지도 모른다고 호소한다.

커피 품종은 100여종이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은 야생이며 상업적 목적으로 재배되는 품종은 적다. 이 중에서도 유명한 게 로부스타종과 아라비카종 2가지다. 로부스타종은 쓴맛이 강해 에스프레소나 인스턴트 커피에 쓰인다. 반면 아라비카는 부드러운 맛이며 더 고급 커피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종보다 섬세한 재배 조건을 요구한다. 기온은 18∼21도가 이상적이며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아야 한다. 또 특정 강우량이 필요한 데다 개화 전 3개월 건기가 필요하다. 밤낮 기온차도 중요하기 때문에 아라비카는 해발 1,000∼2,000m 범위에서 가장 잘 자란다고 한다.

아라비카종은 주로 북위 25도에서 남위 30도 범위에서 재배되며 콜롬비아는 해당 범위 내에 위치하고 있다. 킨디오는 세계적인 커피 산지로 알려진 지역으로 산간 커피 농장이 산재해 있다. 커피 농가에선 이곳이 커피 재배에 적합한 모든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말한다. 콜롬비아 커피는 1세기 넘게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높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콜롬비아 커피 산지는 기후 변화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1980년대부터 콜롬비아 커피 산지는 평균 기온이 1.2도 가량 상승했다. 이렇게 되면서 커피 재배는 최적 고도가 점점 올라간다. 고도가 낮은 곳에선 커피나무가 잘 자라지 않고 커피콩 품질도 떨어진다. 비교적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에선 고도 변화는 큰 문제다. 너무 따뜻해진 기후와 햇빛이 커피 재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온화한 기후는 해충과 균 번식에 접합하고 고도가 더 높은 농장에선 커피녹병(Coffee Leaf Rust)에 시달린다. 커피녹병에 걸린 커피나무는 잎이 퇴색해 광합성 능력이 사라져 버린다. 기후 패턴이 바뀌면서 비가 오는 시기나 더워지는 시기 예측이 어려워지면 이 역시 재배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2013년 이후 콜롬비아에선 커피 재배 부지 중 7% 이상이 감소하고 있으며 연구팀들은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슷한 문제는 콜롬비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 2050년 커피 재배를 위한 토지는 50%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커피 생산은 위기 상황인 것. 기후 변화로 야생 커피종 중 60%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있어 품종 개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콜롬비아에선 스페인 식민지였던 20세기 전반 원두커피를 생산해왔다. 1929년 일어난 세계 공황 영향으로 커피콩 가격이 하락하면서 커피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했다. 정부는 10km2 이상 토지를 매입해 각각 0.16km2 작은 구획으로 분할해 커피 농가에 판매했고 커피와 동시에 다른 작물도 재배하도록 해 가격 변동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콜롬비아 커피 산업이 소규모 농가가 다수 차지하는 구조로 만들게 된다.

또 콜롬비아는 1962년 국제커피협정에 서명하고 다른 커피 수출과 함께 커피콩 최저가를 설정한다. 커피콩 가격이 회복되면서 콜롬비아 소규모 농가는 번영을 하게 됐다. 현재 콜롬비아는 브라질,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 커피 수출국이기도 하다.

콜롬비아 커피 산업은 50만 개에 이르는 소규모 농가에 의존하지만 이런 소규모 농가가 지금 앞서 설명한 기후 변화 영향을 받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커피를 지키기 위해 그늘을 만들거나 농장을 고지로 옮기고 혹은 따뜻한데 강한 품종으로 바꾸는 비용을 소규모 농가가 부담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현지에선 지금은 커피 재배라는 말은 곧 적자 상태를 의미할 정도라고 한다.

2009년 이후 기후 변화와 커피녹병 등 영향으로 생산량은 크게 침체됐고 2013년에는 커피 농부가 파업을 벌여 정부에게 재정 지원을 호소한다. 이후에도 커피 가격 변동이 계속되고 있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비용을 커피 농가가 부담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이미 커피 농부는 다른 작물 재배를 강요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콩 중 80%는 2,500만 명에 달하는 소규모 농민이 생산한다. 빈곤 속에서 사는 수많은 커피 농가가 이런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는 없다. 기후 변화에 의해 콜롬비아에선 오랜 세월 이어온 커피 문화가 끝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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