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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종이컵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원반 모양 바닥에 원통형 몸통을 부착한 일회용 종이컵 원형이 탄생한 건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이다. 이전까지 주로 사용된 공용 컵이나 국자를 대신한 건 비교적 절실한 이유에서였다.

종이로 일회용 컵을 만든다는 발상은 최근에 나온 게 아니라 옛날 그러니까 기원전 2세기 중국에서 차를 마실 때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당시 종이컵 크기나 색깔도 제각각이었고 장식이 된 것이었다.

현대적인 종이컵 발상은 20세기 들어 탄생했다. 당시 기차에서 술에 든 물을 마실 때나 학교에서 수도꼭지에서 물을 마실 때에는 공용 컵과 국자를 이용하는 게 당연했다. 따라서 전염병이 쉽게 퍼질 수 있고 실제로 1908년 한 학술지에는 학교 음용 컵 사망이라는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 무렵 미국에선 결핵이 유행하고 있었고 그 원인으로 공용 컵을 간주한 것이다.

이 논문이 발표되기 얼마 전인 1907년 보스턴 변호사이자 발명가인 로렌스 엘런(Lawrence Luellen)은 공용 컵이야말로 건강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에 마신 뒤 처리할 수 있는 종이컵을 발명했다. 그의 컵은 원반 모양으로 된 종이에 원통형으로 된 종이를 감싸는 지금까지 변함없는 간결한 구조로 방수를 위해 내부에 파라핀을 칠했다. 그는 1908년 이 종이컵 특허를 출원해 1912년 7월 취득했다.

같은 보스턴 출신 사업가인 휴 무어(Hugh Moore)와 뉴욕에 컵 제조회사를 설립하고 종이컵을 헬스컵(Health Kup)이라는 명칭으로 판매했다. 주요 고객은 철도 회사로 많은 주에서 공용 컵이 금지되면서 사업은 안정됐다. 초기 종이컵을 도입한 철도로는 DLW(Delaware, Lackawanna and Western Railroad)가 있다. 이어 1917년 철도에선 공용 컵은 사라졌다.

또 종이컵 보급을 확산시킨 건 제1차세계대전 이후 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는 1918년 독감. 이 전염병으로 인해 상업 시설에선 요즘 워터쿨러 같은 구조가 도입됐다. 헬스컵은 1919년 딕시컵(Dixie Cup)으로 이름을 바꿨다. 딕시라는 명칭의 유래는 공장 이웃에서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인형을 만든 알프레드 쉰들러의 딕시돌컴퍼니(Dixie Doll Company)로부터 허락을 받아 이름을 썼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딕시컵으로 개명한 이후 광고를 하며 위생 시대, 딕시컵의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위생을 전면에 내건다. 또 유행성으로 단번에 대중적이 됐다는 점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줌의 약진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 다만 딕시컵의 경우 전염병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아 1923년 이후 아이스크림을 자동으로 컵에 담는 기계가 나타나는 동시에 아이스크림 2종을 넣어도 무너지지 않는 컵을 만들어 단번에 인기를 얻었다.

이후 1930년대에는 컵 뚜껑을 모으면 선물을 받게 해주는 캠페인이 대성공을 거둔다. 1946년 코카콜라와 손잡고 액체 벤더를 개발하기도 했다. 회사로서의 딕시컵의 역사는 1957년 미국 최대 캔 제조사인 아메리칸캔에 인수된 걸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후에도 딕시컵은 계속 만들고 있으며 2020년 현재 조지아-퍼시픽(Georgia-Pacific Corp)의 한 부문으로 존속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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