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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처럼 주식 매매를…로빈후드족이 불러온 현상

코로나19로 외출 금지가 잦아지면서 해외에선 스포츠 도박 팬까지 집에서 데이트레이딩을 해왔다.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주식을 하는 젊은층이 미국에서 급증하면서 급등락을 부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런 이유로 올해 1분기 신규 계좌 개설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6월에는 표시 오독으로 인해 엄청난 적자를 봤다고 착각한 네브래스카대학 학생이 자살하는 비극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관심을 끄는 앱 가운데 하나가 로빈후드다. 미국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Robinhood)은 소액 초보자도 앱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로빈후드는 스탠포드대학 룸메이트였던 불가리아 이민자 2세인 블라디미르 테네브(Vladimir Tenev), 인도계 이민 2세 바이주 바트(Baiju Bhatt)가 지난 2013년 설립한 핀테크 유니콘 기업.

이들은 로빈후드 이전에도 초단타매매 HFT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했지만 2011년 월가 점거 운동에 영감을 받아 금융 시장 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3번째로 로빈후드를 창업해 대성공을 거뒀다. 불과 5년 만에 평가액 6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투자를 유치해 창업자는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것.

로빈후드는 당시로는 드문 매매 수수료 무료, 최소 예치금 잔액 철폐 등을 앞세워 자산이나 투자 경험이 없는 2030 세대 아마추어에게 수수료 걱정하지 않고 부담 없이 매매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는 평균 31세이며 거의 절반에 이르는 초보자의 계좌당 잔액은 추정치로 평균 4,800달러라고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인터넷 증권사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이 수수료 무료화를 발표하고 인터넷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즈, TD아메리카트레이드 등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기관투자자가 코끼리라면 개인투자자는 개미라고 부른다. 루빈후드는 개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 주식을 아무리 사고 싶어도 주당 가격이 너무 올라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로빈후드에선 1주 단위로 구입하는 것 외에도 모두 소액을 보태 그러니까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주식 거래를 할 수도 있다.

7월 로빈후드 내 인기 거래주 TOP10을 보면 아마존, 테슬라, 애플 등 유명 기업은 물론 니콜라모터, 워크호스, 아이디어노믹스, 탑쉽스, 허츠, 갭, 플러그파워 등이 있다. 아마존과 테슬라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 아무리 높아져도 1달러 단위로 팔아넘기고 옵션 거래가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중에는 어떻게 봐도 좀비 주식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대표적인 게 지난 5월 22일 파산한 자동차 렌트 전 세계 2위 기업인 허츠(Hertz)다. 파산이면 주식은 휴지나 다름 없기 때문에 보통은 그 회사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나면 주가를 순식간에 급락한다. 이 국면에 주식을 사는 건 휘두르는 칼을 잡으려는 일로 기관투자자는 절대로 손을 내밀지 않고 판다.

그런데 로빈후드족은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한 V자 회복을 기대하거나 알고 있는 렌트카라며 응원한다든지 이유를 모를 의협심(?)마저 보인다. 재무제표에서 위험 신호를 읽는 분위기와는 분명하게 다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매수 주문이 쏟아지면 좀비 주식이 수수께끼 같은 부력을 얻어 움찔 상승한다. 이런 로빈후드족의 움직임은 추진력으로 작용해 눈덩이처럼 증폭되고 가장 활성화된 주목할 만한 주식에 좀비 주식이 나타나고 육안으로 봐도 상승폭을 확인할 만한 미친 무한루프가 완성되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웃긴 게 이런 일이 며칠 동안 계속되면 혹시 허츠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착각이 생긴다. 이런 주가 광란에 허츠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게 됐고 6월 11일(현지시간) 5억 달러어치 신주 발행을 신청하고 법원이 인정하는 이례적 전개가 이어진다. NY증권거래소는 상장 폐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가 이를 일단 보류하고 판매한 것이다. 물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개입하고 신주 발행은 6일 만에 포기했지만 로빈후드에선 7월 들어서도 허츠 주식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허츠는 극단적인 예지만 로빈후드족은 고위험 고수익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도에 따르면 1계좌 1달러당 매매 빈도는 이트레이드 사용자보다 9배, 찰스슈왑 사용자보다 40배에 이른다.

응용 프로그램 자체도 도박성을 높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HFT기업에서 로빈후드로 들어오는 수익은 경쟁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약자를 돕는 의적 로빈후드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실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로빈후드는 원클릭 매매로 복잡한 금융 상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게 매력 포인트다. 한 사용자는 1만 5,000달러 자금에 주택담보대출 3만 달러를 2회 차입해 앱에 쏟아 부었다. 한때 100만 달러를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3월 장 폭락 당시 시스템 장애로 매매를 못해 86만 달러 손해를 보고 수중에 남은 돈은 6,956달러라고 한다. 이 사용자는 로빈후드 측에 책임을 물기 위해 고소를 준비 중이다. 로빈후드는 소액으로 사고파는 개미 모임이어서인지 경쟁보다는 시스템 오류가 너무 많은 게 특징이다. 대폭락이 발생해 매도 주문이 쇄도하면 더 그렇다.

로빈후드에선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 우량 5개 종목과 이름이 비슷한 경우 로빈후드족을 비롯한 주식 초보가 잘못 샀다는 말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던 20세 대학생 알렉산더 칸즈도 학비에 보태기 위해 로빈후드를 시작한 젊은이 중 하나다. 그는 매일 아침 앱을 열었는데 기억에 없던 적자 730,165.72달러 표시를 보고 충격을 받아 24시간도 기다리지 않고 목숨을 버렸다. 유족이 공개한 유서에는 이런 큰 위험을 짊어진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고 쓰여 있다. 이 사건이 더 슬픈 건 그의 게정에는 제대로 1만 6,000달러가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빨간 숫자를 오인한 것이다. 아마존 주식은 이후에도 상승세를 타고 11.1%를 소유한 제프 베조스는 총자산 1,8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로빈후드가 나타나도 차이는 더 커지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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