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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광년 거리서 벌어진 수수께끼 충돌

지난 6월 23일 천체물리학저널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지구에서 800만 광년 떨어진 블랙홀이 정체 모를 천체와 부딪혀 그 충격이 중력파가 되고 미국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와 이탈리아 비르고(Virgo)에 도달했다고 한다.

영상은 블랙홀이 수수께끼 천체를 삼키는 모습과 그 충격이 중력파가 되어 전해져 오는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검출된 중력파는 GW190814라고 명명했다. 문제는 충돌했을 때 블랙홀은 태양보다 23배 질량을 갖고 있던 반면 다른 하나는 2.6배 밖에 안 됐다는 것. 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연구팀은 더 작은 천체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중 하나로 간주한다. 그런데 불과 2.6태양 질량 블랙홀이라는 건 관측 사상 최소다.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작은 블랙홀은 5태양 질량이었다. 이 같은 질량을 가진 게 중성자별이 된다면 이는 관측 사상 최대다. 혹시 완전히 새로운 종류 천체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참고로 중성자별은 질량이 큰 별의 막판이라고 할 수 있다. 초친성 폭발 후 남은 중성자로 이뤄진 딱딱한 응어리다. 밀도가 상당히 높은 게 특징으로 지금까지 반경 10여m 밖에 없고 2.3∼2.4태양 질량을 가진 중성자별리 관측되어 왔다.

이번에 충돌한 더 작은 천체에 대해 연구팀은 상당히 충격적 발견이라며 이런 질량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더 작은 천체는 지금까지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질량 차이는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무거운 중성자별과 가장 가벼운 블랙홀 사이의 영역이다. 다시 말해 2.4∼2.5태양 질량을 가진 천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던 것.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건 질량 차이로 분류되는 천체가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번 관측만으로 더 작은 천체가 중성자별인지 블랙홀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 두 천체는 질량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에 중성자별이 합체할 때 볼 수 있는 조석 변형(tidal deformation)이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력파 GW190814가 처음 관측된 건 2019년 8월 14일이다. 지구에서 8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일어난 천체 충돌이지만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에 시공에 왜곡이 일어나 중력파가 발생했고 결국 지구 간섭계에 도달했다. 두 천체간 질량 비율은 9:1로 관측 사상 가장 큰 것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질량차가 컸던 건 블랙홀끼리 충돌을 관측한 GW190412였지만 이쪽 질량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블랙홀끼리 혹은 중성자별끼리 충돌한 사례는 지금까지 관측되어 왔다. 하지만 블랙홀과 중성자별 충돌 케이스는 전무했다. 만일 이번 GW190814가 블랙홀과 중성자별간 충돌로 인정된다면 세계에서 첫 관측이 될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광파 관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

2017년 8월 관측된 중성자별끼리 충돌로 여겨지는 GW170817의 경우 중력파 외에 광파가 동시에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 주요 관측소가 주의 깊게 지켜봤지만 광파는 관측되지 않았다. 80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GW190814에서 너무 멀리 빛이 닿지 않았거나 충돌한 천체 모두가 블랙홀이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또는 블랙홀이 중성자별을 흡수했기 때문에 빛조차 나오지 못한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두 천체가 서로 중력에 흡수되어 쌍을 이루는 걸 쌍성이라고 한다. GW190814는 블랙홀과 중성자별 쌍성인지 혹은 블랙홀 쌍성인지는 이번 관측만으론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관측한 건 완전히 새로운 콤팩트한 쌍성 일종일지도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LIGO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더 작은 천체가 중성자별일 가능성은 낮다면서 블랙홀 쌍성일 가능성을 두고 연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2.6태양 질량 천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수수께끼다. 보통이라면 엄청나게 무거운 별이 스스로의 중력에 짓눌려 있는 게 중성자별과 블랙홀이다. 그런데 이번에 관측된 더 작은 천체는 이런 별의 형성 과정과 일치하고 죽어가는 별이 아닌 뭔가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2개의 보통 크기 중성자별이 부딪쳐 합체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크기란 1.3태양 질량 정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들 2개가 합쳐지면 이번에 관측된 천체 질량과 맞아떨어진다.

어쨌든 앞으로도 비슷한 천체 충돌을 연구해 나가면 GW190814의 진상이 밝혀질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먼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감지하는 기술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LIGO 등이 잡은 50개 이상 중력파 이벤트 가운데 GW190814는 3번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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