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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장기를 칩으로 재현하려는 연구, 왜?

현대 약품과 화장품 개발은 인간 임상시험 전 단계로 동물 실험을 필요로 한다. 동물 실험에선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윤리적 문제도 지적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 장기를 메모리스틱 크기 칩에 재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의약품 개발 속동와 동물 실험 절감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의약품 하나가 개발되어 시장에 진입하려면 몇 가지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보통 10년 이상 세월과 상당한 연구개발비가 들어간다. 또 실제로 승인되어 진료 현장에 제공되는 의약품 비율은 시험한 약물 중 13.8%에 불과하다는 추정도 있다.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인체 실험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양한 세포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이뤄진다.

배양한 인간 세포를 이용한 실험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생체 내 환경과는 동떨어진 조건에서 실험하는 것이다. 세포가 본래 갖고 있던 기능을 잃은 사례도 있다. 또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약물이 전신을 둘러싼 과정 등을 평가할 수 있지만 종 차이로 인해 인체와 똑같은 조건을 재현하는 건 어렵고 약물 후보 물질 효능과 안전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어렵다. 예를 들어 원숭이에는 나타나지 않은 부작용이 인간에게 나타나거나 반대의 경우가 나타났기 때문에 유망 약물 개발이 동물 실험 단계에서 멈춰 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의약품 개발 병목 현상을 극복할 기술로 주목받는 게 인간 장기가 갖는 생리 기능을 칩으로 재현하는 장기 칩(Human body-on-chip) 개발이다. 2010년 하버드대학 연구기관인 비스연구소(Wyss Institute) 연구팀이 폐 기능을 재현한 장기 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기 칩은 컴퓨터 메모리스틱 정도 크기이며 투명하고 유연한 폴리머로 이뤄진 마이크로 유체 배양 장치다. 칩은 다공성 막으로 분리된 2개 채널로 이뤄져 있으며 장기를 본뜬 1쪽 채널에선 특정 장기 세포가 배양되고 혈관을 본뜬 다른 쪽 채널에선 혈관 내피 세포가 배양된다. 2개 채널은 독립적인 액체가 보내져 장기 모델 기능은 유지하지만 채널 분리막을 통해 사이토카인이나 투여한 약물, 약물을 분해한 대사체 등 분자를 교환한다.

연구팀은 이미 창자와 간, 신장, 심장, 폐, 피부 등 장기 칩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새로운 연구는 각각 장기 칩이 있는 혈관 채널을 연결해 개별 기관 뿐 아니라 인간의 몸을 본뜬 장기 칩 모델을 만들어 약물을 투여했을 때 여러 장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여러 장치 칩을 연결한 모델을 만들어 생체에 약물을 투여했을 때 약물이 어떻게 흡수되고 표적 부위에 어떤 시간 경과에 도달하는지 알아 약동학과 생체 내 약물 작용을 조사, 약물 역학적 관점에서 약물 효과를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여러 장기 칩을 연결한 모델을 평가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연구에선 8개 기관칩을 연결한 상태에서 고도로 최적화한 혈액 대체물을 보냈다. 이 장치는 모든 조직과 장기 기능을 3주간 지속시킬 수 있었다. 또 각 조직에서 화학물질량을 정량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2번째 연구에선 서로 연결된 대장과 간, 신장 장기칩을 유체 혼합 탱크에 연결해 생체와 마찬가지로 혈액과 약물을 장기칩간에 교환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 이어 창자를 본뜬 장기칩에서 니코틴을 투여해 장내에서 니코틴이 흡수되어 간에서 대사되어 결국 신장에서 배설되는 니코틴 섭취를 시뮬레이션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에서 니코틴 이해와 대사를 분석해 현실 인간에게 얻은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최대 니코틴 농도와 각 조직에 니코틴이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이라는 요소가 실제 인간에서 확인한 데이터를 엄격하게 반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항암제로 투여하는 시스플라틴 약리 작용에 대해서도 여러 장기칩을 결합한 모델로 측정했다. 연구팀은 장기칩을 이용해 이 수준으로 생체 모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약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동물 실험을 서서히 줄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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