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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끝난 인공위성, 우주공간에서 어떻게 폐기할까

지구 주위에는 우주 파편이라고 불리는 인공위성이나 로켓 파편 등이 50만 개 이상 존재하며 2만 8,000km/h에 이르는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우주 파편은 미래 우주 개발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작업이 끝난 인공위성을 우주 파편화하지 않고 폐기하는 건 우주 개발에 있어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어떻게 인공위성을 폐기해야 할까.

1960년부터 2020년까지 60년간 이뤄진 로켓 발사는 대략 5,250번이다. 그리고 인공위성 등 로켓에 의해 발사된 인공물은 파악된 것만 해도 4만 2,000개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2만 3,000개 이상은 미국에서 발사된 것이다.

지구 주위를 날아다니는 우주 파편 대부분은 겨우 5cm에서 10cm 사이 나사와 파편 같은 작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파편도 충돌하면 인공위성이 고장나는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우주 파편이 대량으로 발생해 버리는 일로 이어진다. 2009년 미국과 러시아 통신 위성끼리 충돌하는 우주 개발 사상 처음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으며 이 충돌로 수백 개에 이르는 우주 파편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인공위성 충돌이나 이상 접근을 방지하는 조치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우주 개발에 적극적인 국가와 보잉,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 기업이 준수해야 할 국제법 형태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7년 유엔 우주 파편 저감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 이 지침에서 역할을 마친 인공위성 처리에 대해 대기권 재돌입, 무덤 궤도 유도, 우주에서 직접 제거 3가지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대기권 재돌입은 인공위성이 고열로 본체 중 80%가 다 타게 된다. 하지만 불타 남은 나머지 20%는 지구상에 그대로 떨어진다. 1997년 1월 미국 오클라호마에선 대기권에 재돌입해 불타 남은 미국 발사 로켓 델타II 파편이 산책하던 여성 어깨를 스쳐 낙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여성은 무사했다.

하지만 이런 재해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하늘에서 인공위성 파편이 떨어지는 건 아주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기권에 재돌입한 인공위성 대부분은 지구상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에 낙하한다.

물론 인공위성을 낙하시키는 포인트도 거의 정해져 있으며 낙하에 의해 피해가 가장 낮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뉴질랜드와 남아메리카 한가운데가 낙하 지점이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이 지역은 우주선 묘지나 우주 모덤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주선 묘지 넓이는 1만km2 가량이다. 이 지역은 항로나 노선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지상에서 제어 가능한 인공위성이라면 우주선 묘지에 떨어뜨리는 게 저예산으로 폐기 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인공위성에는 고액의 개발비가 걸려 있다. 엔진과 안테나 등 부품이 회수 가능하다면 수리를 실시해 재사용할 수 있고 개발비를 억제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대기권 재돌입에 의한 인공위성 소모를 최대한 억제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인공위성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무덤 궤도 유도는 역할을 마친 인공위성 전용 궤도에 인공위성을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볼 때 멈춰 보이는 정지 위성을 폐기할 때에는 위성을 대기권에 재돌입시키는 것보다 원래 궤도보다 200∼300km 고도가 높은 무덤 궤도로 천이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위성 속도와 궤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개발비나 연료비가 아무래도 걸리는 게 단점이다.

그래서 우주에서 직접 제거하는 과정이 최근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우주국 ESA는 우주 파편을 제거하기 위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미션인 클리어스페이스 원(ClearSpace One)을 2025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미션은 스위스 스타트업인 클리어스페이스가 발안한 것이다. 오래된 인공위성 등 대형 우주 파편을 발사한 전용 위성이 로봇팔에 물리적으로 잡아 그대로 대기권으로 재돌입해 위성마다 다 태워 우주 파편을 제거한다. 그 밖에도 작살로 회수하는 장치, 거대한 막으로 감싸 회수하는 우주선 등 다양한 우주 파편 회수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4,000개 이상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스타링크(Starlink) 계획을 이미 시작하고 앞으로 점점 우주를 떠도는 인공위성 수가 늘어나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다만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뿐 아니라 이젠 어떻게 인공위성을 처분해야 할지도 염두에 둔 우주 개발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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