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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는 몸에 좋을까 나쁠까

인간이나 가축 등에게 우유는 보통 건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몸에 나쁜 영향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우유는 몸에 좋을까 아니면 나쁠까. 과학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가 해설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유는 건강한 뼈를 위한 필수 식품이라고 주장하거나 암을 일으키는 요절의 원인이 된다는 상반된 주장이 있는 등 논쟁이 오간다. 포유류는 태어난 직후 소화가 미발달하고 작기 때문에 모유를 먹고 성장한다. 모유는 미네랄, 지방, 비타민, 락토오스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런 양분 외에 감염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기능을 갖고 체내 면역체계를 정상화해주는 항체와 단백질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다양한 영양을 가진 모유를 만들어내는 건 모체에 부담이 가해지는 가해 행위다. 인간의 아이는 성장하면서 모유 섭취를 중단하고 성인과 같은 걸 먹게 된다. 태어난 직후 모유로 성장하고 점차 성인과 같은 걸 먹고 성장한다는 건 인류에게 오랫동안 계속된 일이었다. 하지만 1만 1,000년 전 인류는 농경을 시작해 젖을 뽑기 위해 염소와 양, 소 등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모유 성장이라는 과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런 가축은 인간이 먹을 수 없는 풍부하게 존재하는 잡초를 먹고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변환해주는 생물이었다. 아직 살아남기 어려웠던 시대에 우유는 우수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다가 우유를 섭취한다는 문화를 가진 그룹에는 유전적 변화가 생기게 됐다. 이 변화는 락타아제라는 효소와 관련이 있다. 유아의 경우 락타아제를 체내에서 생산 가능하다. 유당을 분해해 우유를 쉽게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적 변이가 발생하지 않은 그룹은 성장하면서 락타아제를 체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유당분해효소결핍증(Lactose intolerance)이 생긴다.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 있는 사람은 하루 150ml 우유보다 많은 유제품을 섭취하면 소화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보면 65%가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다. 하지만 이는 지역에 치우쳐 있다. 동아시아 등 90%에 달하는 지역도 있고 유럽이나 미국처럼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역도 있다.

이런 비대칭의 시작은 성인이 되어도 락타아제를 생산하는 능력이 농경문화가 수렵문화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전파한 시대에 태어났다고 보여진다. 락타아제를 만들어 유제품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음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진화적으로 유리했던 것이다.

우유를 마시는 문화는 수천 년 이상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우유와 건강 효과에 대해 좋거나 나쁘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우유를 둘러싼 건강 효과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장하는 나쁜 효과는 뼈가 취약해진다거나 암, 순환기 질환, 알레르기 등 다양하다. 1989년 연구에선 우유 섭취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 암이 관련이 있다고 했지만 메타 분석을 통한 2005년 연구에선 우유는 암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오히려 우유에 포함된 칼슘이 직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2012년에 나온다.

하루 1.25리터 이상 우유를 섭취하면 전립선 암 위험이 오른다는 연구도 발표되는 등 연구를 통해 우유가 몸에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모든 연구에 대해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1일 100ml에서 250ml 섭취량이라면 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2013년 메타 분석 연구에선 유제품과 심장병, 뇌졸중, 사망률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또 2012년 연구에선 유제품을 섭취하는 사람은 고혈압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뼈에 대한 많은 연구에서도 우유를 마셔도 뼈에 장단점은 없다는 걸 보여준다.

판매 중인 우유와 관련한 불안으로 농약과 항생제, 호르몬제 등 화학 약품이 존재한다. 하지만 호르몬제와 같은 양의 호르몬을 섭취하려면 5,000리터까지 우유를 마실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일 5,000리터를 마셔도 호르몬이 흡수되기 전에 파괴되어 버리기 때문에 호르몬을 섭취할까 걱정하는 건 기우다. 또 농약이나 항생제에 대해선 전 세계 대부분에서 규제가 존재하며 완전히 무해한 우유만 출하를 허용하고 있다.

한편 유제품에 대한 알레르기나 유당분해효소결핍증에 대한 생리적 반응으로 여드름과 위장의 불쾌감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2018년 연구에선 지방 우유가 여드름 발생률을 24%나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제품에 대한 알레르기를 안고 있는 아이는 독일에서 18명 중 1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알레르기는 성장하면서 완화되거나 없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인간이나 소, 염소 등 동물의 우유에 영양이 풍부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농경이 어려운 지역에선 우유는 특히 귀중한 칼로리원이다. 선진국에서도 유당분해효소결핍증과 알레르기를 앓고 있지 않는 한 우유는 무해한 음식이다. 어린이에게 칼슘을 섭취하는데 중요하며 채식에 있어서도 비타민B를 섭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음식이다.

물론 우유로 섭취할 수 있는 영양은 다른 식품으로도 섭취할 수 있다. 또 우유는 물의 대안은 아니다. 우유를 매일 마시면 뚱뚱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 중에서도 달콤한 커피 우유 같은 건 건강식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주스에 가깝다.

다른 한편으로 우유 산업을 보면 우유 생산은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농경지 중 33%가 젖소 등 가축 방목에 이용되며 우유 산업은 온실가스 총 배출량 중 3%를 차지한다. 이를 환산하면 전 세계 비행기 배출량보다 많다. 젖소의 열악한 사육 환경도 문제 중 하나다. 젖소는 출생하자마자 어미로부터 격리되어 임신 기간이 끝날 때마다 인공 수정을 통해 임신, 착유한다. 자연 환경에서 소는 10∼15년 살 수 있지만 젖소의 평균 수명은 5∼6년 가량이다. 역할을 마친 젖소는 처분되어 고기가 된다.

한편 식물 유래 인공 우유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무가공 상태에서 단백질과 영양소 함량이 우유에 버금가는 귀리 음료나 아몬드 우유, 쌀 우유 등은 비타민과 칼슘 등 영양소를 첨가하고 있다. 또 유전자를 개량한 박테리아로 영양적으로 우유와 동등한 인공물을 만드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만들어낸 인공물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우유와 관련한 논의는 복잡하다. 유당분해효소결핍증과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는 사람에겐 유익한 음식으로, 농경하기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선 중요한 열량원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우유 산업은 젖소에 열악한 환경을 강요할 뿐 아니라 지구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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