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선을 이용하면 몸속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1,300년 전 고문서 속 사라진 문자나 메인보드에 넣은 스파이 칩까지 투시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엑스선 기술은 나노스케일 IC 칩 구조까지 분석해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가능하게 해준다.
반도체 집적 회로의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은 최근 끝을 맞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속도가 떨어져도 CPU 구조는 여전히 미세화, 고밀도화를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IC칩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는 건 나노미터 단위 부품을 하나씩 제거하고 광학 현미경에서 전자현미경까지 이용해 층상 회로를 이미징하는 등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또 IC칩은 너무 작아서 다시 조립할 수 없기 때문에 만일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성공해도 귀중한 샘플은 잃게 된다.
이런 가운데 취리히공대 연구팀은 엑스선을 이용해 IC칩 구조를 분석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타이코그래픽 엑스레이 라미노그래피(ptychographic X-ray laminography)라고 명명한 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면 싱크로트론에서 조사한 엑스선을 IC칩에 비춰 비파괴적으로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사실 2017년에도 유사한 기술은 엑스레이 타이코그래피(X-ray ptychography)를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기술적 제약 탓에 최신 IC칩 세부 구조까지 해명할 수는 없었다.
연구팀을 괴롭힌 건 칩에 정면으로 엑스선을 조사하면 엑스선을 흡수해버리고 유용한 회절 패턴을 얻을 수 없다는 문제였다. 따라서 과거 개발한 엑스선 타이코그래피는 10마이크로미터 기둥을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엑스선을 조사해 엑스선이 산란하는 모습에서 IC칩 구조를 추측하는 방법을 제거했다.
반면 새로운 기술은 엑스선을 대각선 61도 각도에서 조사하고 엑스선 흡수에 의해 잃는 정보와 정확성간 균형을 잡는 방법으로 기존 문제를 해결했다. 새로운 기술에 의한 IC칩 검사는 먼저 저해상도 모드에서 1변이 300×300마이크로미터인 영역을 30시간에 걸쳐 검사한다. 그리고 IC칩 심장부를 발견하면 이번에는 직경 40마이크로미터 영역을 고해상도 모드로 60시간 동안 분석한다. 엑스선은 파장이 짧은 전자파보다는 오히려 광자와 같은 성격을 띠기 때문에 가시광선 관측에 이용하는 것과 같은 렌즈가 아닌 포톤카운팅 카메라라는 특수 카메라를 이용한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3D 모델을 생성해 16nm 노드 크기 칩 회로 구조를 식별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제조한 IC칩이 설계대로 구조를 하고 있는지 검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구조를 지닌 IC칩의 리버스 엔지니어링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지금은 IC칩을 회절하는데 90시간이 걸리지만 스웨덴 막스IV연구소 같은 최신 싱크로트론에서 충분한 유량 엑스선을 조사할 수 있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1시간 미만으로 검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미 미국 국가 안보 당국으로부터 타진을 받았다며 산업 분야 뿐 아니라 스파이 칩 검출 등 안보 분야에서의 활용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