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정차 후 출발할 때 많은 연료를 소비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천천히 가속 페달을 밟는 부드러운 가속이 권장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체도 휴식 상태에서 운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걸을 경우 계속 걷는 것보다 중간 중간 멈추면서 걷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보도에 따르면 한 만보기 제조사 마케팅에서 시작된 하루 1만 보 목표는 처음에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지만 호주 연구에서 다뤄진 걸 계기로 전 세계에서 실천되거나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검증되어 왔다고 한다. 걸음 수와 건강 관계에 대한 조사 결과는 하루 2,000~4,000보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부터 하루 7,000보면 충분하다, 역시 하루 1만 보는 의미가 있었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걷기와 에너지 소비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 대부분은 대사가 정상 상태에서 운동하는 사람 데이터에만 기반하고 있다는 제한이 있다고 한다.
정상 상태란 심박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신체 에너지 생산과 소비 균형이 잡힌 상태를 말하며 순항 속도로 주행하는 자동차에 비유된다.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걸어 다니는 동물 보행은 걸음 수가 너무 적어서 정상 상태에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한다.
운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경우와 계속 운동한 경우 대사 차이에 주목한 연구팀은 남녀 각각 5명씩 자원봉사자 10명을 모아 트레드밀을 이용한 걷기와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을 하게 하고 그 동안의 에너지 소비 변화를 분석했다.
실험은 3가지 다른 속도로 진행됐으며 운동 시간은 10초에서 240초, 그러니까 4분까지 5단계로 나눠 실시됐다. 그 중에서도 4분간 걷기에서는 걷는 동안 4회로 나누어 산소 섭취량이 측정되어 정상 상태 걷기 효과가 평가됐다.
그 결과, 장시간 운동보다 단시간 운동이 시간 평균 산소 섭취량과 대사 비용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같은 거리를 이동할 경우에도 일정한 운동을 장시간 하는 것보다 정지와 재개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게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10~30초 짧은 시간 동안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같은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하는 경우보다 에너지 소비량 지표인 산소 섭취량이 20~60% 더 많았다고 한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걷기를 시작하는 그 순간은 고정 비용이 드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자동차로 이동하려고 할 때 엔진을 시동하거나 차고에서 나오는 데 연료가 필요한 것과 같이 인간도 휴식 상태에서 시작하면 걷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양 산소가 소비됐다. 이 소비 비용은 걷기를 시작해서 10초를 걸든 30초를 걸든 관계없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참가자 10명라는 작은 표본 크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이 발견은 고령자나 보행 장애가 있는 사람 등 장시간 운동 능력이 제한된 사람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이나 운동 지도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연구를 다룬 보도에선 이 연구는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쉬운 라이프스타일 사람이나 한꺼번에 운동할 시간을 만들기 어려운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자주 하는 운동인 운동 스내킹 효과를 뒷받침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