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상표청이 미국 대형 만화 출판사인 마블과 DC 코믹스가 공동 소유한 슈퍼히어로(super hero) 상표를 무효화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영국 출판사 슈퍼베이비 리미티드(Superbabies Limited)가 제기한 소송이 인정된 결과로 발령됐다. 슈퍼베이비 리미티드는 S.J. 리카르도의 슈퍼 베이비즈(The Super Babies)라는 작품을 출판하려 했을 때 DC 코믹스로부터 슈퍼히어로 상표를 침해했다는 주장과 함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슈퍼베이비 리미티드는 2024년 5월 미국 특허상표청에 상표 취소를 청구했다.
이 청원에 대해 마블과 DC는 담당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상표 취소 요청에 대한 답변서를 기한인 7월 24일이 지나도록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결과 마블과 DC 코믹스는 슈퍼베이비 리미티드 요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슈퍼히어로 상표가 취소됐다.
마블과 DC가 슈퍼히어로 상표를 획득한 경위에 대해서는 이번 소송에 관여한 변호사 중 1명인 아담 아들러에 따르면 슈퍼히어로라는 용어가 상표 등록된 건 1967년으로 등록자는 벤쿠퍼(Ben Cooper)라는 기업이었다. 벤쿠퍼는 할로윈용 슈퍼히어로 코스튬을 제조·판매하는 의상 제조업체로 벤쿠퍼가 취급하던 코스튬 중에는 마블이나 DC 코믹스 캐릭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1972년 액션 피규어 제조업체 메고(Mego)가 월드 그레이티스트 슈퍼 히어로(World’s Greatest Super Heroes)라는 브랜드명을 상표 등록하려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벤쿠퍼가 상표 침해를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한다. 이에 따라 메고는 월드 그레이티스트 슈퍼 히어로 상표권을 마블과 DC에 공동 양도했다. 메고가 이 상표권을 공동 양도한 뒤 벤쿠퍼도 마블과 DC에 슈퍼히어로 상표를 양도했다. 양사가 상표를 양도하게 된 배경에는 마블이나 DC와의 힘의 관계나 어떤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들러 변호사는 추측하고 있다.
원래 마블은 마블 슈퍼 히어로(Marvel Super Heroes), DC는 리전 오브 슈퍼 히어로(Legion of Super Heroes)라는 특정 문구로 상표를 취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슈퍼히어로라는 단어 자체는 단독으로 상표 취득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메고와 벤쿠퍼로부터의 양도를 받아들여 양측이 슈퍼히어로라는 상표를 공동 관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블과 DC는 1979년 의상 관련 상표였던 슈퍼히어로를 만화책으로 확대했다. 더 나아가 1980년대에는 쿠키, 벨트, 케이크 틀 등 다양한 상품에도 적용했다. 양사는 슈퍼히어로라는 단어를 포함한 다른 회사 상표 등록에 자주 이의를 제기했으며 만화책(A World Without Superheroes)이나 자기계발서(From Business Zero to Superhero)가 대상이 됐다. 다만 무작정 이의를 제기한 건 아니며 때로는 화해 합의로 해결하거나 이의 제기를 철회하는 등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상표를 지키는 전략을 취했다고 한다.
이번 상표 무효 명령에 대해 슈퍼히어로를 퍼블릭 도메인으로 확립해 슈퍼히어로를 모든 이야기꾼이 사용할 수 있는 영웅의 상징으로 보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