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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약관 변경한 스팀, 강제 중재 조항 삭제

게임 기업 밸브(Valve)가 운영하는 게임 판매 플랫폼 스팀(Steam) 이용약관이 변경되어 강제 중재 조항이 삭제됐다. 이로 인해 스팀을 이용하면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정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으며 사용자가 밸브를 고소할 수도 있게 됐다.

밸브는 이용약관 업데이트에 대해 자사는 분쟁을 개별 중재로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삭제했다며 늘 그렇듯이 문제가 있을 때는 스팀 지원팀에 연락하는 게 좋다며 대부분 그게 해결책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그래도 잘 해결되지 않는 경우 업데이트된 스팀 이용약관에서는 분쟁을 중재가 아닌 법정에서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업데이트 전 버전 스팀 이용약관에 포함되어 있던 집단소송 참여권 포기와 비용 및 수수료 부담에 관한 조항도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강제 중재 조항이란 이 조항을 포함하는 계약과 관련된 모든 분쟁에 대해 계약 당사자가 재판 제도를 이용할 권리를 포기하고 재판이 아닌 중재로 해결하도록 정하는 조항. 강제 중재 조항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가에서의 재판을 피하거나 단시간 내 분쟁 해결을 가능하게 하거나 기밀 정보를 포함한 심리 내용 공개를 피하는 등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강제 중재 조항은 기업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디즈니가 디즈니 리조트에서 사망한 여성 유족으로부터 고소당했을 때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Disney+) 이용약관에 있는 강제 중재 조항을 내세워 재판 기각을 요구한 게 보도된 바 있다.

이번에 밸브가 약관을 변경한 배경에는 2023년 12월 법률 사무소 아이거(Zaiger)에 대해 제기한 소송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이 재판에서 밸브는 아이거가 SNS에서 광고를 내고 스팀 사용자를 모아 집단 중재를 이용해 밸브에게 합의금을 지불하게 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아이거 전 변호사로부터 입수한 내부 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밸브는 아이거 수법이 중재의 과부하라고 불리는 법정 전술이며 회사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이용약관 변경은 이런 중재의 과부하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 사용자와 밸브 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 워싱턴 주 법원에서 해결하게 될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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