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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언어에 따라 시간 인식 달라진다?

미국 언어학자 벤자민 워프는 언어가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실제로 여러 언어 학습은 인지능력을 높이고 사고 전환을 빠르게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세계관이 바뀌는 언어로 여겨지는 것도 있다. 또 미국심리학회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서는 언어 차이가 시간 경과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학 연구팀이 미국심리학회 학술지(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 발표한 논문은 언어와 시간 인식 관계를 연구한 것. 일반적인 생각으론 시간 같은 추상적 개념은 인류 전체에 보편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언어학자 중에는 다른 언어 화자는 시간을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시간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이게 언어상대성 가설(Theory of linguistic relativity)이다.

예를 들어 영어나 스웨덴어 등에선 긴 시간(Long time)처럼 시간을 거리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스페인어나 그리스어에선 시간을 일정한 용기에 채워지는 양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스웨덴어 화자 그룹과 스페인어 화자 그룹에게 선이 천천히 늘어나거나 용기가 채워지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사전 가설에 따르면 스웨덴어 화자는 시간을 거리로 인식해 선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 시간 인식이 선의 속도에 휩쓸리기 쉽고 스페인어 화자는 시간을 양으로 인식해 용기가 채워지는 것을 보며 시간을 세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선이 늘어나는 애니메이션에서 스페인어 화자는 선의 속도에 관계없이 3초를 정확히 셀 수 있었지만 스웨덴어 화자는 선이 빨리 늘어날수록 벌써 3초가 지났다고 생각했다. 선 속도가 극단적으로 빠르거나 느렸을 때는 영향을 적게 받지만 적절한 차이일 때 스웨덴어 화자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시간을 세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용기가 아래에서 채워지는 애니메이션에선 스웨덴어 화자가 영향을 받지 않고 시간을 셀 수 있었지만 스페인어 화자는 용기가 가득 차면 시간이 다 흘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에서는 상대적 시간 경과를 추정하는 방식은 말하는 언어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 인식 차이는 각 화자가 스웨덴과 스페인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왔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스웨덴어와 스페인어 언어 차이가 시간 인식 차이 원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스웨덴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구사하는 참가자 74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서 시간을 세라는 지시를 스웨덴어와 스페인어로 각각 내렸다. 결과적으로 스웨덴어 지시는 선 애니메이션에서 스페인어 지시는 용기 애니메이션에서 시간 세기를 어려워했다. 또 구두 설명 없이 애니메이션만 보여줬을 때는 시간 추정에 영향이 없었다고 한다.

폴란드 속담 중에 새 언어를 배우면 새 영혼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연구팀은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지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분명한 건 특정 상황에서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며 두 언어를 구사하면 동시에 두 세계관에 살 수 있고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중언어 구사는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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