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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기술 필요한 게임에서도 인간에 승리한 AI

체스나 바둑, 전략 게임 같은 게임에선 이미 AI가 인간을 압도하게 됐지만 신체적 스킬에선 아직 인류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손으로 물리적으로 게임 보드를 기울여 즐기는 미로 게임에서도 인간이 연결되지 않는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는 AI가 등장했다.

이번에 물리적 스킬을 요구하는 게임에서 인간 기록 보유자를 꺾은 건 스위스 취리히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강화학습 AI 탑재 로봇 시스템인 사이버러너(Cyber Runner)다. 미로 게임은 상자에 있는 노브를 움직여 미로를 기울이고 구슬을 굴리고 목표로 이끄는 게임이다. 구조는 간단하지만 미세 운동 능력과 공간 추론 능력이 요구되어 인간이 이 게임을 잘 플레이하려면 장시간 연습이 필요하다.

사이버러너는 인간 손 대신 손잡이를 움직이는 모터와 눈에 상응하는 카메라, 뇌 역할을 하는 AI를 갖추고 있다. 사이버러너는 학습을 시작할 초기만 해도 무작위로 덜컹거리거나 판을 기울이기만 해 곧바로 구슬이 구멍에 떨어지기 일쑤였다. AI의 장점은 강화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기술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사이버러너에 이 미로 게임을 학습시킨 결과 단 6시간 만에 가장 빠른 인긴 기록을 6% 단축한 14.48초로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게 됐다.

놀랍게도 사이버러너는 훈련 중 바로 가는 법을 발견하고 치트까지 짜내 연구팀은 훈련에 개입해 치트를 하지 않도록 지시해야 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아카이브에 공개하고 있으며 조만간 연구 프로젝트를 오픈소스화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AI 분야 연구를 할 수 있는 건 큰 예산과 커스텀 메이드 실험 인프라를 가진 조직 뿐이었지만 지금은 200달러도 들지 않으며 누구라도 첨단 AI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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