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1억 메가톤 위력으로 유카탄 반도를 직격했다. 충격은 높이가 킬로미터 단위에 이르는 쓰나미를 발생시키고 태양이 보이지 않을 만큼 먼지나 그을음을 감아 올려 현생 조류 조상 이외에 공룡을 포함한 지구상 생물 75%를 죽였다. 이 때 발생한 규산염 먼지가 대량 멸종에 있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설을 연구팀이 발표해 눈길을 끈다.
네이처 지구과학회지(Nature Geo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고기후 시뮬레이션과 앞서 언급한 충돌로 날아오른 입자 물질 분석 결과에서 섬세한 먼지가 충돌 이후에도 최대 15년간 지구 대기에 머물렀을지 모르며 지구를 15도 가량 한랭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룡과 많은 생물을 6600만 년 전 멸종시킨 정확한 요인에 대해선 오랜 기간 내내 여러 설이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화산 활동에서 천체 충돌로 인한 물질로 태양을 차단한 뭔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왔다. 2020년에는 다른 연구팀이 충돌에 의해 발생한 산불 그을음이 대량 멸종 방아쇠가 됐다고 추측했다. 2021년에는 다른 연구팀이 현재 멕시코에 충돌체가 부딪치기 전부터 공룡은 이미 쇠퇴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팀이 실시한 시뮬레이션은 충돌 후 거의 2년간에 걸친 먼지로 인한 광합성 정지를 뒷받침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을음과 유황에 의한 추가 한랭화 기여와 아울러 소행성 충돌 여파를 받은 1차 생산력의 괴멸적 급갑과 일치한다고 시사된다는 것. 대부분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않으면 식물은 전멸해버려 도미노처럼 식량 공급망에 영향을 준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천체 충돌로부터 620일간 지구는 한랭하고 어두운 불모의 땅으로 변했다. 휴면기에 들어갈 수 있는 동식물이 이 시대를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소행성 충돌체 위력은 너무 강해 해저에 높이 15m짜리 흔적을 남기고 북쪽은 미국 노스다코타주까지 파편이 떨어졌다. 이번 연구팀이 미립자 물질 샘플을 수집한 것도 노스다코타주 발굴 현장으로 충돌체가 떨어진 직후 강하물로 사망한 생물 화석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데이터로부터 낙하가 6600만 년 전 봄에 일어났던 것도 판명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에 의한 강하물을 포함한 지층인 K-Pg 경계층 최상부 두께 몇 밀리 구간을 샘플로 취했다고 한다. 이 구간이 나타낸 미세하고 균일한 입자 크기 분포는 소행성 충돌과 관련한 초미세 먼지 마지막 대기 강하물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지금까지의 기후 모델에 사용됐던 것보다 미세한 입도 수치를 나타내며 이 특징은 기후 재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연구팀은 또 K-Pg 경계선에 관한 연구가 늘면 충돌체가 떨어지고 나서 수 개월에서 몇 년까지 생명이 부활한 경위를 정확하게 해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