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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파괴하는 방법은 뭘까

블랙홀은 거대한 항성이 자신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수 없는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초고밀도 대질량 천체다. 블랙홀은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모든 걸 파괴하는 천체다. 그런데 이런 블랙홀을 파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과 같은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존재했다고 가정해 주위에 전 세계 핵무기를 폭발시켜 봤다고 한다. 블랙홀은 주위에 있는 물질이나 에너지를 삼켜 버리기 때문에 폭발한 핵무기 에너지분이 블랙홀에 모두 흡입되어 버린다. 흡입된 에너지는 질량으로 변하기 때문에 블랙홀이 더 거대화되어 버려 파괴는 할 수 없다.

다음으로 반물질을 블랙홀에 부딪쳐 파괴해본다면. 반물질이란 다른 물질에 비해 질량과 스핀이 완전히 같지만 구성하는 소립자 전하 등이 모두 반대 성질을 갖는 물질로 물질과 반물질이 충돌하면 서로 소멸해버린다. 따라서 달 질량과 완전히 같은 질량을 가진 반물질을 블랙홀에 충돌시켜 본다면 어떨까.

하지만 블랙홀이 흡수하는 물질은 구성하는 전하 등을 묻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반물질의 달을 블랙홀에 부딪치는 건 일반적인 달을 부딪치게 하는 것과 달리 블랙홀이 거대하게 된다.

반물질로 이뤄진 반블랙홀을 부딪쳐 보면 어떨까. 블랙홀 반대 전하를 가진 반대로 블랙홀을 충돌시키면 각각 전하는 가산, 상쇄되어 버린다. 그 결과 전하가 없는 대신 질량 2배를 갖는 새로운 블랙홀이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사건의 지평선을 파괴하는 방법. 블랙홀 내부에는 강한 중력을 가진 무한히 압축된 특이점이 존재한다. 블랙홀 내 특이점으로 끌어온 물질은 빛을 포함해 절대로 탈출할 수 없다. 블랙홀이 검은 천체로 보이는 이유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에 끌려가는 빛이 탈출할 수 있는 한계의 경계선이다.

블랙홀이 회전하면 원심력으로 내부에서 물질을 밖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작용이 생기지만 블랙홀의 강한 중력 하에선 실제로 물질이 돌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블랙홀 회전이 너무 빠르면 물질을 밀어내는 기능이 강해지고 사건의 지평선이 붕괴된다고 여겨진다. 사건의 지평선을 파괴한 블랙홀은 특이점만 남겨 주위 물질을 끌어들이는 힘이 약해진다고 한다.

특이점만 남겨 사건의 지평선을 파괴하기 위해선 질량이 작고 회전수가 많은 물체를 대량으로 블랙홀에 줘야 한다. 그 결과 블랙홀 전하나 회전속도가 질량 증가에 수반하는 블랙홀 성장 속도보다 빨리 증가한다.

블랙홀에 과도한 영양을 부여해 블랙홀을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현 가능한지 여부는 물리학자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일정 공급량을 초과한 블랙홀은 마이너스 전하를 띠는 것으로 반발력이 증가하고 물질이 튀어 과잉 공급을 거부하게 된다. 회전의 경우 마찬가지로 일정 상한에 도달한 블랙홀은 더 이상 물질을 삼킬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블랙홀에 과도하게 물질을 공급하기 위해선 공급량이 상한에 도달하기 직전에 적절한 양의 물질을 적절한 방식으로 투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적절한 방법과 양을 공급해 블랙홀을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의 지평선을 파괴하면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특이점이 나타난다. 최악의 경우 이 특이점이 물리학을 붕괴시킬 가능성도 우려된다.

사실 특이점은 블랙홀 중심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특이점은 우리 시간보다 미래에 있다고 한다. 만일 특이점이 나타나면 물리학이 붕괴될 뿐 아니라 시공 구조가 붕괴되어 시간과 공간 개념조차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

블랙홀은 때론 우주의 몬스터로 두려울 수 있지만 실제로는 특이점에 의한 시공간 붕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블랙홀을 안전하게 파괴하는 방법은 블랙홀이 천천히 쇠퇴해가는 걸 기다릴 뿐이다. 쇠퇴한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도 특이점도 남기지 않고 소멸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블랙홀이 소멸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질량에 따라 다르지만 먼지 크기에 불과한 블랙홀이 소멸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44년이라고 한다. 138억년이라는 우주 연령보다 1034배 기간을 기다리는 것으로 블랙홀 파괴는 이론상 가능하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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