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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전력으로 선박 움직인다?

차량을 움직이는 추진 기관에는 바퀴나 프로펠러 등 기구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며 선박은 스크류 프로펠러나 제트 분사 구조를 이용한다. 그런데 미국 국방고득연구계획국 DARPA가 가동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석과 전류로 추진력을 얻는 자기유체 추진(Magnetohydrodynamic drive) 방식 실용화를 위해 42개월 장기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방식은 유체 중 전류와 자장에 의한 로렌츠력을 발생시켜 이 힘으로 물체를 추진시키는 것이다. 선박은 전자석에 의해 수중에 상하 방향 자장을 발생시켜 선체에 마련한 전극으로 선체 좌우 방향으로 전류를 흐르는 것으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스크류 프로펠러나 제트 분사 등 대신에 전자 추진을 채택하는 장점으로는 가동 부품이 없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걸 들 수 있다. 따라서 소나에 의해 선박 위치를 검출하는 게 곤란해져 잠수함이나 수중 드론 스텔스 성능을 높이는 게 기대되고 있다. 또 전자 추진은 대규모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구조상 자기 이상을 검출하는 시스템에 의해 선박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전자 추진은 전류나 자장 방향에 따라 모든 힘에 추진력을 작용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선박 조종성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1960년대에는 프로펠러나 드라이브 샤프트를 대체하는 기술로 전자 추진이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1992년 일본에서 제조한 실험선인 야마토1이 초전도를 이용한 전자 추진에 의한 유인 자력 항행에 성공한 바 있다. 야마토1은 총 톤수 185톤에 전체 길이 30m, 폭 10m에 이르는 대형 선박으로 30%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6.6노트 속도를 기록했다. 물론 야마토1은 추진 기구만으로 30m짜리 선체 대부분을 채워 정원은 탑승자를 포함해 10명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기동할 때에는 예냉 10일 이상이 걸리는 문제도 있었다. 결국 디젤 엔진과 프로펠러로 추진하는 게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이후에도 군사 목적을 뺀 실용적 개발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온 초전도를 나타내는 희토류 바륨 구리 산화물 ReBCO을 이용한 전자석 개발에 있어 큰 진전이 있어 야마토1 항행 중 사용된 4테슬라 자장을 웃도는 최대 20테슬라 대규모 자기장을 생성하는 능력이 입증됐다. 이런 기술 혁신으로 전자 추진에 있어 90% 효율성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DARPA는 군용 전자 추진을 개발하기 위해 42개월 장기 프로그램인 PUMP(Principles of Undersea Magnetohydrodynamic Pumps)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 PUMP 프로그램은 강자장이 발생하면 유리 천장이 깨질 수 있어 PUMP는 전극 재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브레이크스루를 목표로 하고 있다. DARPA가 다루는 전극 재료 과제란 해수 중 전자 추진 시스템 전극 표면상에 기포가 만들어져 효율 저하나 전극 열화 등이 일어나 버리는 것이다. PUMP 프로그램은 가수분해나 침식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조사하고 유체역학, 전기화학, 자기를 포함한 전자기 추진 시스템을 스케일링하기 위한 모델과 툴 개발을 실시한다. 또 유망한 전극 재료 시스템 개발이나 스케일업 가능한 전자 추진 시스템 프로토타이핑을 실시한다. DARPA는 6월 초까지 PUMP 프로그램에 관한 자세한 사항을 발표할 에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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