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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 등장한 인터넷에 가까운 아이디어

WWW(WorldWideWeb)를 발명한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와 TCP/IP 프로토콜을 개발한 빈트 서프(Vint Cerf) 등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은 여럿 존재한다. 하지만 인터넷의 아버지 활약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인 1910년대에는 덴마크에서 인터넷의 할아버지에 의해 인터넷에 가까운 아이디어가 실천되고 있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팀 버너스 리와 빈트 서프 같은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여러 명이 존재하지만 빈트 서프는 인터넷 아이디어는 벨기에에서 태어났다고 말한다. 이런 인터넷 아이디어를 고안한 것으로 여겨지는 건 벨기에 출신 변호사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앙리 라퐁텐(Henri-Marie La Fontaine)과 벨기에 출신으로 작가와 기업가로 활동하던 폴 오틀레(Paul Otlet)다.

오틀레는 정보를 기록한 방대한 인덱스카드를 분류해 거대한 파일 캐비닛에 보관한다는 기술 정보 관리 프로젝트인 문다네움(MUNDANEUM)을 고안했다. 서랍 안에는 색인 카드가 꽉 차있다. 각 인덱스카드에는 역사나 지리, 수학 등 모든 종류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파일 캐비닛은 현대판 위키피디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오틀레는 문다네움을 실현하기 위해 벨기에 정부에서 건설한 넓은 건물을 빌려 부지에 방대한 수의 파일 캐비닛을 설치했다. 파일 캐비닛군은 1920년 일반 공개되어 많은 사람이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한다. 파일 캐비닛에 보관된 인덱스카드 총 숫자는 1,200만 장에 달했다.

오틀레는 파일 캐비닛 인덱스카드를 관리하기 위해 UDC(Universal Decimal Classification)를 고안했다. UDC는 현대에도 전 세계 도서관에서 채용되고 있다. 더구나 오틀레는 1934년 음성이나 영상, 문서 등 정보를 광대한 부지에 보관해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전화로 정보 관리자에게 문의해 정보를 원격지에 표시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집이나 작업 장소에 있으면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 저장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현대에서 구글, 위키피디아, 유튜브 등 웹서비스와 일맥상통한다. 단편적인 아이디어 자체는 당시 SF 소설 등에서도 다뤄지고 있었지만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건 오틀레가 처음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틀레가 고안한 문다네움은 인기를 얻었지만 1924년 벨기에 정부는 고무 산업 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부지 절반을 되돌려 받았다. 더구나 벨기에 정부는 1934년 문다네움 종료를 선언했다. 새로운 보관 장소를 찾을 때까지 파일 캐비닛은 공원에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1941년 나치 독일군이 건물을 습격해 아카이브 대부분을 파괴해버렸다.

파일 캐비닛 일부가 박물관에 남아 있지만 오틀레 등이 고안한 모든 정보에 액세스할 수 있는 파일 캐비닛이라는 아이디어는 인터넷으로 형태를 바꿔 계승되고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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