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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전자 중 8%는 바이러스” 영향은?

지난 2019년 12월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은 2022년 10월 들어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인류는 그 밖에도 다양한 팬데믹에 휩쓸려왔다. 이렇게 인류 유전자에 맥락으로 계승되어 온 과거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HIV와 같은 레트로 바이러스는 자기복제를 위해 숙주 게놈에 자신의 유전 물질을 주입한다. 이런 게놈은 프로바이러스라고 불리지만 보통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물려받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 조상을 괴롭힌 바이러스 중 일부는 난자와 정자 등 생식 세포에 감염되는 능력을 획득한 것도 있고 이런 바이러스 유전자는 인간 내재성 레트로 바이러스 HERV로 자손에 상속된다.

미국 터프츠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 게놈 중 실제로 8%는 HERV가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30종류 HERV가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바이러스는 인간 뿐 아니라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영장류 게놈에도 정착하고 있기 때문에 한때 이런 동물 사이에서 널리 감염됐었다고 여겨지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에 의해 HERV 유전자가 종양 등 질병 조직이나 인간 배아 발생 과정에서 활성화하는 게 확인되고 있지만 건강한 사람 체조직에서 HERV가 어떤 작용을 하고 잇는지는 거의 알지 못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전시에서 채취된 1만 4,000개 이상 샘플 게놈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에서 HML-2라는 HERV 그룹을 조사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HML-2는 HERV 중에서도 비교적 새롭게 활성화된 것으로 지금부터 500만 년 전 멸종되고 있지만 지금도 일부 프로바이러스가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드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 분석 결과 아직 활성화되어 있는 HML-2 프로바이러스는 37종류에 달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연구팀이 조사한 54개 조직 샘플 모두에서 이들 프로바이러스 중 적어도 하나가 활성화되어 있는 증거도 발견됐다고 한다.

고대 바이러스 단편이 여전히 인간 게놈에 존재하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은 연구자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현대 관련 바이러스 중에는 동물에서 유방암이나 에이즈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HERV가 질병 원인이 되는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연구에선 HML-2에 의한 바이러스 유사 입자가 암세포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 질병 조직에서 HERV 유전 물질 존재는 루게릭병,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다발성경화증 심지어 정신분열증 등과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는 병 지표로 HERV 유전자가 이용되거나 HERV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치료약 연구가 이뤄져 왔지만 건강한 체조직 중에도 HERV 유전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이번 연구에 의해 HERV 유전 물질과 질병이 반드시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또 이번 연구는 HERV가 인간에게 유익하다는 걸 시사한다. 예를 들어 인간과 동물 게놈에 통합된 대표적인 HERV인 신시틴(syncytin-1)은 태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임신에 의해 태어난 모든 포유류 아기는 고대 바이러스에서 유래하는 이 HERV에 의해 만들어진 단백질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구나 쥐나 고양이, 양 등에선 내재성 레트로 바이러스 ERV를 이용해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키고 있다고 하는 연구도 있다. 이런 ERV는 더 이상 완전한 바이러스 입자 자체를 합성할 수 없지만 이런 ERV 근원인 바이러스가 숙주 신체에 침입했을 때 세포 내를 떠다니는 ERV 단편이 방해를 받고 바이러스가 자기 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 따라서 연구팀은 인간이 가진 HERV도 똑같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인체에서의 HERV 활성 수준을 밝히고 대답만큼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 게놈에 남아 있는 고대 바이러스가 유익한지 어떤 메커니즘으로 활성화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런 의문의 대답을 찾는 것으로 고대 바이러스 유전자의 알려지지 않은 기능이 밝혀져 고대 유행과 함께 진화해온 인간 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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