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저작권을 공개하는 표시는 명시적이고 직관적이지만 소프트웨어에 들어간 특허 관련 기술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매력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더라도 개발자가 다루기는 쉽지 않은 것. OIN(Open Invention Network)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보유한 특허를 개방해 다른 개발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상호 크로스라이선스를 장려해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허 부담을 줄여준다. OIN에는 전 세계 500개 기업이 포함된 회원 2,650개가 참여 중인 라이선스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런 OIN 가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특허 6만 건이 오픈소스로 OIN 커뮤니티에 무료 개방되며 리눅스 개발자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OIN 측은 오픈소스 개발은 새로운 제품과 시장에서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며 전례 없는 수준의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들며 마이크로소프트가 OIN에 참여해 미래 성장을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OIN 가입에 환영을 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특허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기여하는 OIN에 참여하겠다는 자사의 결정은 어떤 이들에게는 놀라운 일일 것이라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소스 커뮤니티 사이에 오래 전 발생해왔던 특허 문제 마찰이 있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OIN 가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특허 처리 방식이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에 대한 견해를 반영,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꾸준히 오픈소스와의 접점을 만들어왔다. 지난 2008년 ASP.NET 일부를 오픈소스화한 걸 시작으로 2014년에는 닷넷 서버 프레임워크를 출시하면서 크로스 플랫폼 개발자를 지원하기 위해 닷넷 코어 런타임, 닷넷 프레임워크 등 닷넷 서버 사이드를 오픈소스화하고 리눅스나 맥OS 같은 플랫폼에서도 서버 사이드 닷넷 응용 프로그램을 빌드하거나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에도 윈도와 맥, 리눅스용 코드 편집기인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베타를 선보이면서 오픈소스화했다. 심지어 같은 해 자사 이벤트에서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어낸 1등 공신 가운데 하나인 윈도 오픈소스화 가능성이 있다는 고위 임원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스토어를 통해 우분투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해 리눅스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윈도에서 진행하려는 개발자에게도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또 올해는 리눅스용 바이너리 프로그램을 윈도10이나 윈도 서버에서 실행하는 WSL(Windows Subsystem for Linux)을 탑재한 WSL 최적화 리눅스 배포판인 WLinux를 윈도 스토어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전에 보여왔던 오픈소스와의 거리감이나 반 오픈소스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포석을 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젠 현실적 효용성은 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작을 만들어줬던 MS-DOS 소스코드를 깃허브에 공개했다. 지난 1980년 이후 IBM PC 개발에 들어간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새로운 운영체제 개발을 의뢰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시애틀컴퓨터프로덕트가 만든 운영체제 라이선스를 취득해 이를 바탕으로 MS-DOS를 만든 바 있다. 물론 역사적 자료나 지식에 대한 참고 목적으로 다른 코드처럼 소스 파일 변경이나 전송은 안 된다고 밝혔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화, 공개에 예전보다 훨씬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제스처로는 충분했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6월에는 깃허브(GitHub)를 7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산하로 들어갔지만 독립성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 완스트레스 깃허브 창업자는 당시 깃허브와 커뮤니티가 지난 10년간 달성한 점에 대해 밝히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미래가 밝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이를 지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 바 있다.
깃허브는 2,800만 명이 넘는 개발자가 참여해 8,500만 건이 넘는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 닷넷을 오픈소스화하거나 리눅스 기반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애저 스피어(Azure Sphere)를 발표하는 등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찍어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깃허브를 인수하면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큰 영향력 행사자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블로그를 통해 개발자는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이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정한 힘은 모든 개발자가 함께 협력하고 코드를 공유해 서로의 작품을 함께 만들어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계속 개발자 퍼스트 기업이었다는 점을 들어 한 기술에 다른 사람의 기술이 더해져 지구상 모든 이들이 더 많은 걸 달성하는 걸 돕는 게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미션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소스에 대한 생각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년간 오픈소스에 대한 자사의 노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에도 기여하는 상호 윈윈 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오픈소스를 통한 공동 개발이 혁신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OIN 가입은 리눅스 커뮤니티를 비롯한 오픈소스 진영 개발자에게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젠 노하우(Know-how)보다 노웨어(Know-where) 그러니까 어디에 기술이 있는지 잘 찾는 게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한다.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혁신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여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서 밝혔듯 기술 공개를 통한 시너지로 훨씬 더 큰 혁신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담겨 있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움직임이 오픈소스, 기술 공개에 대한 큰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