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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가짜 암호화 통신 네트워크로 800명 체포했다

유럽형사경찰기구가 6월 8일(현지시간) FBI가 중심이 되어 개발, 운영한 가짜 암호화 통신 네트워크인 아놈(Anom)을 이용해 범죄 용의자 800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일제 적발에 사용한 암호화 통신 서비스인 아놈은 FBI가 1년에 걸쳐 실시한 함정 수사를 위해 비밀리에 운영하던 것이다. 아놈을 구성하는 1만 2,000대 가량 전용 휴대 전화 통신 기록과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된 2,700만 건에 이르는 메시지를 단서 삼아 유럽과 미국, 오세아니아 등 17개국 수사기관이 대규모 합동 단속 작전(Operation Greenlight / Trojan Shield)을 수행했다.

이 적발 작전을 통해 700건 이상 가택 수사를 해 800명을 체포하고 코카인 8톤, 대마초와 대마 수지 22톤, 암페타민 등 합성 마약 2톤, 합성 마약 6톤, 고급 자동차 55대, 총기 250정 등 모두 4,800만 달러 상당 현금과 암호 자산을 압수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놈은 마약 범죄 조직이 사용하던 암호화 장치 네트워크 서비스인 팬텀 시큐어(Phantom Secure)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2018년 FBI가 팬텀 시큐어를 압수했을 당시 그 때까지 팬텀 시큐어를 개발하던 익명 인재 CHS(confidential human source)가 팬텀 시큐어의 차세대 암호화 장치인 아놈을 개발 중이었다고 한다.

감형을 조건으로 아놈 제공을 받은 FBI와 호주연방경찰은 아놈에 휴대전화를 개발하고 비밀리에 암시장에 유통시켰다. 아놈용 휴대전화는 정상 기능을 모두 제거하고 계산기 앱으로 위장한 암호화된 메시지와 사진 전송 기능만 탑재한 것이었다고 한다. 팬텀 시큐어 대안을 찾던 각국 범죄 조직은 빠짐없이 아놈을 사용했지만 아놈 암호화 통신은 수사당국이 해당 내용을 해독하기 위한 마스터키를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장치 소유자를 알고 주고받은 메시지나 사진도 수사기관에 누설됐다.

아놈을 사용하는 범죄 조직은 당초 호주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입소문을 통해 독일과 네덜란드, 스페인, 세르비아 등에 침투해 결국에는 전 세계 90개국에서 활동하는 300개 범죄 조직에 사용되게 됐다. 팬텀 시큐어와 마찬가지로 범죄에 이용되고 암호화된 메시지 서비스인 스카이 글로벌(Sky Global)은 2021년 초 법 집행기관에 의해 폐쇄됐지만 아놈 이용은 급속하게 확대했다고 한다.

FBI측은 성명을 통해 법 집행 기관 눈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 통신을 사용하는 범죄 조직은 더 이상 발 뻗고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 범죄자가 자신들의 플랫폼은 사실 FBI나 다른 법 집행 기관이 운영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경찰기구 측 역시 이번 작전은 미국과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태스크포스가 이룬 이례적 쾌거라면서 이런 활동을 지원해 여러 수사기관 강점을 부각시켜 연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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