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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왜 실패했나

아마존 게임 개발 부문인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Amazon Game Studios)는 2016년 PC 게임 3개 개발을 발표했지만 현재 발표된 타이틀은 거의 공개되지 않고 오히려 여러 프로젝트 개발 도중 중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왜 아마존 게임 개발은 잘 되지 않았을까.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당초 스마트폰 게임 앱 개발 부문으로 2012년 설립됐다. 이후 아마존은 2014년 퍼즐 액션 포털(Portal) 개발자인 김 스위프트와 오픈월드 FPS인 파크라이2(Far Cry 2) 디렉터를 맡았던 클린트 호킹 등을 맞아 PC용 게임 개발을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연간 5억 달러 예산을 지출한다고 한다. 5억 달러 예산에는 아마존 산하 트위치(Twitch)와 아마존 파이어TV(Amazon FireTV)나 스마트폰용 게임 앱 개발 프로젝트는 포함되지 않는다.

원래 아마존에서 게임을 개발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제프 베조스 CEO가 내놓은 것이다. 그는 게이머를 아마존 프라임 생태계에 끌어들이기 위해 1회 게임 세션에서 1만 명이 플에이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가 발표한 게임 대부분은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이었던 건 베조스의 이 같은 목표와 투자에 따른 것으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에서 개발된 프로젝트 중 2개는 사내에서 베조스 게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마존은 2014년 9억 7,000만 달러라는 금액으로 게임 실황 플랫폼 트위치를 인수했다. 이후 트위치는 세계 최대 게임 실황 플랫폼으로 성장해 아마존 경쟁 업체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도 자체 라이브 스트리밍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트위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베조스는 트위치를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와 결합해 아마존 게임 무료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존 게임 개발은 많은 게임 개발자를 모았음에도 순탄한 항해가 되지 못했다.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을 발표한 게임은 게임 실황 플랫폼 트위치를 이용하는 시청자 참가형 멀티플레이 슈팅 게임인 크루시블(Crucible), 식민지 시대 미국을 테마로 한 서바이벌 MMORPG인 뉴월드(New World), 고대 로마를 무대로 한 MOBA인 브레이크어웨이(Breakaway) 3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브레이크어웨이는 2018년 3월 31일 개발을 중단했고 스위프트와 호킹도 게임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퇴사해버렸고 2019년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대규모 정리 해고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크루시블은 2020년 5월 기본 무료 멀티 플레이 TPS로 출시됐지만 각종 게임 리뷰 사이트나 미디어에서 엄격한 평가를 받았고 2020년 6월 정식 버전에서 클로즈 베타로 되돌린 뒤 2020년 10월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는 사내 문화가 주요 결정을 승인하기 위해선 매번 6페이지 가량 서류 작성을 요구하는데 하지만 이 데이터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내 문화가 게임 개발에선 데이터보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고 세세한 수정을 거듭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기풍과 맞지 않았던 게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의 실패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마이크 프라지니(Mike Frazzini) 부사장도 실패에 한 몫 했다는 지적을 한다. 게임 개발 세계에선 프로젝트에서 개발하는 타이틀 프로토타입을 상사가 플레이하고 피드백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프라지니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오는 피드백은 왜 이런 색이냐거나 재미있을 것 같지만 언제 할 수 있냐는 피드백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한다.

또 프라지니는 다양한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지금 가장 인기 있고 돈 많이 버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모아 매월 회의에서 이런 유행을 쫓으라고 지시하는 회의를 해 혼란을 일으키기 다반사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다른 인기 게임 뒤만 쫓는 꼴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바(Nova)라는 프로젝트는 인기 MOBA인 리그오브레전드 영향을, 인텐시티(Intensity)라는 프로젝트는 인기 배틀 로얄인 포트나이트 영향을, 유일하게 정식 출시된 크루시블은 인기 액션 슈팅 오버워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또 당초 노리던 트위치 제휴에 실패한 것도 타격이 됐다. 원래 트위치 측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17년 프라지니가 추진한 프로젝트에 트위치 게임 판매 플랫폼 구축을 의뢰한다는 게 있었다. PC 게임 판매 플랫폼인 스팀은 30% 판매 수수료를 지불할 의무가 있으며 이 판매 수수료 지불을 피하기 위해 아마존이 자체 부담으로 게임 판매 플랫폼을 만들려 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게임 콘텐츠에 구매자를 유치할 만한 대작 게임이 없었던 탓에 트위치 측은 프라지니의 프로젝트를 전혀 내켜하지 않았다.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전직 직원은 스팀을 피하려고 하면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자체 시장이 축소될 것, 스팀에서 게임을 판매하지 않으려는 건 아마존에서 책을 팔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는 등을 상사에게 항의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더구나 프라지니는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게임 모두를 아마존에서 개발한 게임엔진 럼버야드(Lumberyard)로 구축하는 걸 의무화했다. 럼버야드는 2016년 아마존이 발표한 완전 무료 게임엔진으로 AWS에서 작동하도록 되어 있으며 AWS 서비스 이용을 유도해 아마존 수익으로 연결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럼버야드는 명령이 난해하고 시스템이 치명적으로 느렸다. 따라서 예술을 처리하고 코드를 컴파일하는 동안 개발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보거나 다른 사람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2019년 아마존 프라임 영상으로 전송하던 인기 프로그램 그랜드투어(The Grand Tour)를 소재로 한 게임인 그랜드투어 게임(The Grand Tour Game)을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용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인기를 얻지 못했고 아마존은 출시 1년 만에 취급을 중단하는 이례적 대응을 실시하기도 했다.

보도에선 전 직원의 수많은 증언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디오 게임에 대한 지출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했음에도 베조스 CEO 아이디어로 시작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가 큰 실패를 저질렀고 책임 대부분은 프라지니 전 부사장이 맡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아마존이 2020년 발표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루나(Luna)에는 프라지니가 관여하지 않았고 프로젝트가 중단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와 달리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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