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는 헬륨이나 수소에 이어 우주에서 3번째로 많은 원소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소와 결부된 물 분자 등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사람이 호흡하고 있는 듯한 산소 분자는 지금까지 태양계가 존재하는 은하계 밖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런 산소 분자 존재가 5억 광년 이상 떨어진 은하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분자 상태로 존재하는 산소는 지금까지 우리 은하에 있는 전갈자리 안타레스(Rho Ophiuchi cloud complex)와 오리온성운(M42, NGC 1976) 등에서 발견됐다. 예를 들어오리온성운에선 탄생한지 얼마 안 된 매우 뜨거운 별의 작용에 의해 물 분자가 분해되어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별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오리온성운조차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 비율은 100만분의 1로 산소 분자는 매우 희귀한 존재다.
이런 가운데 첫 은하계 외부 산소 분자 검출에 성공한 건 상하이천문대 천문학 연구팀. 연구팀은 스페인 시에라네바다 천문대에 설치된 IRAM30m 망원경과 프랑스 밀리미터파 전파 천문학 연구소가 운영하는 NOEMA를 이용해 마카리안 231(Markarian 231)이라는 은하에서 오리온성운의 100배 이상 농도를 지닌 산소 분자가 존재하는 걸 밝혀냈다.
마카리안 231은 1969년 발견된 세이퍼트은하(Seyfert galaxy)의 일종으로 지구에서 5억 6,100만 광년 떨어진 곳이다. 전문가들은 분자 상태 산소가 이렇게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건 알려진 방법으론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있었다. 2015년 연구에서 마카리안 231 중심에는 질량이 태양의 1억 5,000만 배나 되는 블랙홀과 태양보다 400만배인 질량으로 이뤄진 블랙홀로 구성된 블랙홀 쌍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발견했다. 여기에서 1년에 태양 700개에 해당하는 질량의 가스가 고속으로 분출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 가스가 은하계에 있는 물 분자를 분해해 산소 분자를 일으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산소 분자가 충분한 방사선을 방출하면 성간가스가 냉각되어 응축되기 때문에 산소 분자는 인근 은하 형성을 촉진시키는 작용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산소 분자는 활동 은하 영향을 받는 우주 영역에서 중요한 냉각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은하 중심에서 몇 파섹 떨어진 위치에 산소 분자가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걸 설명하려면 새로운 천체 화학 모델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새로운 관측을 실시해 산소 분자가 존재하는 다른 영역을 특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활동 은하에서 방출되는 과정과 은하, 별 형성 과정 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