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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함유 음료로 매년 220만명이 당뇨병에…

주스나 탄산음료 등 설탕이 든 음료는 전 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지만 최근 설탕 과다 섭취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새롭게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설탕 함유 음료로 인해 매년 220만 명이 제2형 당뇨병에, 120만 명이 심혈관 질환에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설탕 함유 음료는 고형 식품과 비교해 빠르게 섭취·소화되기 때문에 포만감이 적은 상태에서 칼로리 섭취량이 증가해 비만으로 이어지는 건 물론 당 대사에 관여하는 인슐린과 기타 조절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또 설탕 함유 음료는 칼로리가 높은 반면 영양가가 거의 없어 건강한 식품이 설탕 함유 음료로 대체되는 것도 문제다.

이런 공중보건상 문제가 되고 있는 설탕 함유 음료가 전 세계 각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건강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은 전 세계 식생활에 관한 포괄적인 데이터베이스(Global Dietary Database)를 활용해 분석을 실시했다. 데이터에는 전 세계 184개국에서 측정된 설탕 함유 음료의 섭취량과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발병률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SSBs(sugar-sweetened beverages. 설탕 함유 음료)를 8온스(226.8g)당 50kcal를 초과하며 설탕이 첨가된 음료로 정의했으며 이 정의에는 설탕이 추가되지 않은 100% 과일 또는 채소 주스나 인공감미료가 든 무칼로리 음료, 가당 우유 등은 설탕 함유 음료에 포함되지 않는다.

분석 결과 2020년에만 제2형 당뇨병 220만 명과 심혈관 질환 120만 명 신규 발병이 설탕 함유 음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제2형 당뇨병 9.8%, 심혈관 질환 3.1%가 설탕 함유 음료로 인해 발생했다는 걸 의미한다. 더구나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34만 명이 설탕 함유 음료와 관련된 제2형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설탕 함유 음료로 인한 증례 대부분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제2형 당뇨병 신규 발병 21% 이상이 설탕 함유 음료로 인한 것이며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제2형 당뇨병 신규 발병 24%, 심혈관 질환 신규 발병 11% 이상이 설탕 함유 음료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됐다.

그 중에서도 콜롬비아와 멕시코, 남아프리카는 설탕 함유 음료로 인한 악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국가로 나타났다. 콜롬비아의 경우 제2형 당뇨병 신규 발병 48% 이상이 설탕 함유 음료로 인한 것이며 멕시코에서도 신규 제2형 당뇨병 30%가 설탕 함유 음료와 관련이 있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신규 제2형 당뇨병의 27.6%, 심혈관 질환 14.6%가 설탕 함유 음료로 인한 것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설탕 함유 음료의 섭취량은 여성보다 남성이, 고령층보다 젊은층이 많은 경향을 보였다. 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은 성인일수록 설탕 함유 음료 섭취량이 증가했지만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교육 수준이 낮은 성인 설탕 함유 음료 섭취량이 더 많았다고 보고됐다.

보도에선 이 결과에 대해 북미와 유럽에서의 매출 감소에 직면한 음료 제조업체가 아프리카와 중남미 개발도상국에서의 고객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규제 당국과 정책 입안자는 항공사고나 테러와 같은 비극적인 죽음에는 적절히 대처하지만 설탕 함유 음료가 초래하는 더 많은 죽음과 고통은 숨겨져 있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며 이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설탕 함유 음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중보건 캠페인과 설탕 함유 음료 광고 규제, 설탕 함유 음료에 대한 과세 등 다면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100ml당 5g 이상 설탕을 함유한 음료에 과세하는 소프트드링크 산업세(SDIL) 이른바 설탕세가 도입된 영국에서는 어린이가 음료에서 섭취하는 유리당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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