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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리뷰 사이트 아난드텍, 27년 역사 막 내렸다

1997년부터 CPU와 GPU 등 하드웨어 관련 뉴스와 리뷰를 제공해 온 뉴스 사이트 아난드텍(AnandTech)이 8월 30일을 끝으로 업데이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이트 소유주인 퓨처PLC(Future PLC)에 따르면 아난드텍 기존 기사는 삭제되지 않고 유지되며 포럼 관리도 계속된다고 한다.

아난드텍 편집장인 라이언 스미스는 마지막 업데이트 글에서 좋든 나쁘든 긴 여정이 끝나게 됐다며 이 여정은 AMD 프로세서 리뷰로 시작해 AMD 프로세서 리뷰로 끝이 났다면서 이는 시적일 수도 있지만 지난 27년 동안 컴퓨팅 산업 핵심인 칩에 대한 리뷰를 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일을 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사이트가 종료되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모기업인 퓨처PLC의 재정적 결정 때문임을 암시했다.

아난드텍은 1997년 아난드 랄 심피에 의해 설립된 사이트다. 심피는 자신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ARM 프로세서에 대한 깊은 지식과 확실한 리뷰로 명성을 얻었으며 아난드텍은 하드웨어 리뷰 사이트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4년 심피는 작가 생활을 마치고 애플에 입사해 애플 실리콘 M 시리즈 개발 팀에 합류했다.

심피는 작가 활동을 마치기 전에 온라인 미디어가 질 높은 세부 분석에서 선정주의와 클릭 유도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으며 인터넷의 케이블 TV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미스는 아난드텍이 이런 인터넷의 케이블 TV화에 맞서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 창립자이자 편집장인 켄 피셔는 아난드텍이 창립된 90년대와 현재는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했다고 지적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구글은 더 이상 과거처럼 트래픽을 보내지 않으며 독자 문화도 변했다면서 세부적인 해설이나 장문 리뷰는 제작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 결과 독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구글 AI는 콘텐츠를 유용하게 요약해 주지만 그 대가로 더 적은 보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 아난드텍이 강점으로 삼았던 칩에 대한 자세한 리뷰가 웹사이트에서 유튜브로 이동했으며 많은 유튜버가 아난드텍 영향을 받아 꼼꼼하고 세심한 리뷰를 대량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스미스는 기술 저널리즘의 글쓰기 시장은 과거와 같지 않으며 앞으로도 결코 같지 않을 것이라며 아난드텍은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이제 그 자리를 차세대 기술 저널리스트에게 넘길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에 따르면 아난드텍 일부 직원은 퓨처PLC 산하 기술 뉴스 사이트인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 편집부로 이동할 것이라고 한다. 또 퓨처PLC는 아난드텍 웹사이트와 기존에 게시된 기사를 무기한 유지하고 아난드텍 포럼도 계속 운영될 예정이다.

스미스는 현재 활동 중인 모든 기술 저널리스트나 앞으로 기술 저널리스트가 될 이들에게 부탁한다며 자신과 독자 요구에 충실하길 바라며 세심한 보도는 다른 방식만큼 매력적이거나 흥미롭지는 않지만 지금은 선정주의나 냉소주의에 맞서기 위해 신중하고 깊이 있는 결론을 뒷받침할 질 높은 보도와 테스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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