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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경쟁사에서 제품 판매해왔다?

아마존이 경쟁 e-커머스 마켓플레이스, 물류 업무, 결제 서비스 등에 관한 가격 데이터 같은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이베이, 쇼피파이, 월마트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Big River Services International)이라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 프로젝트는 2015년 후반에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초기에 프로젝트 큐리오시티(Project Curiosity)라고 불렸으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각국에 창고를 두고 경쟁사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프로젝트 큐리오시티는 2017년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는 프로젝트 멤버 중 1명이 경쟁 기업 회의에서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며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 소속 직원은 자신이 아마존 직원이라는 걸 숨기고 경쟁사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프로젝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아마존 임원에게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내는 대신 서면으로 보냈다고 한다.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 멤버는 경쟁사 판매 시스템에 접속할 때 가격 책정, 광고 시스템, 카탈로그, 목록 페이지 스크린샷을 찍도록 지시받았으며 촬영한 스크린샷을 이메일로 보내는 것도 금지됐다.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아마존은 사이트에서 판매자 경험을 개선하는 변경 사항을 도입했다.

더구나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이 아마존 내부 프로젝트임이 드러날 경우에 대비해 대응 방안에 관한 조언이 담긴 장비 관리 문서가 프로젝트 멤버에게 전달됐다. 이 문서에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존은 다수 자회사와 온라인 채널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대답하라는 지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의 목표는 아마존 최대 경쟁자인 월마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월마트에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다른 마켓플레이스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판매한 실적이 필요해 판매자 진입 장벽이 높았다. 따라서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은 월마트 산하 젯닷컴(Jet.com)과 플립카트(Flipkart) 등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마침내 2019년에 월마트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은 애틀란틱랏(Atlantic Lot)이라는 판매자명으로 월마트에 아웃도어 의자, 중화 냄비, 업무용 식품 용기 등을 출품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2023년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은 월마트에서만 12만 5,000달러 이상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또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은 공식 페이지에서 시애틀, 도쿄, 런던, 뮌헨, 방갈로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거점을 활용해 알리바바, 엣시, 리얼, 위시 등 마켓플레이스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9년에는 13개 새로운 마켓플레이스에 진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고 보도됐다.

미국 워싱턴 주 법무장관실에 제출된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 등록 서류에는 아마존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변호사를 포함한 아마존 현·전 직원으로 구성된 경영진 이름이 있었다. 또 빅리버서비스인터내셔널은 본사 소재지가 아마존 본사와 동일한 곳(410 Terry Ave.)으로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존 측은 벤치마킹은 비즈니스에서 일반적인 수단이라며 자사는 많은 다른 소매업체와 마찬가지로 벤치마킹 및 고객 경험 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판매 파트너를 포함한 고객 경험을 조사해 아마존과의 거래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경쟁사 역시 아마존 사이트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아마존을 조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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