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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늄은 언제 어떻게 활용되기 시작했을까

티타늄(Titanium)은 지각 중 9번째로 많은 원소로 질량비에선 탄소 30배, 구리 100배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티타늄은 이런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건 19세기 후반 이후다. 티타늄은 어떻게 산출, 가공되어 제품 소재로 이용하게 됐을까.

티타늄은 강하고 가벼운 금속으로 항공기 등 강도, 안전성이 요구되는 제품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티타늄은 산소나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하기 위해 주조가 어렵고 1900년대 후반까지 상업적으로 생산되지 않았다.

티타늄은 1790년 영국 화학자인 윌리엄 그레고르(Wiliam Gregor)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1795년에는 프로이센 화학자인 마르틴 클라프로트(Martin H. Klaproth)가 루틸이라는 광물에서 티타늄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산소와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그는 이 금속을 그리스 신화 타이탄에서 따와 티타늄이라고 명명했다.

결합하기 쉽다는 특성으로 티타늄을 순수 상태로 얻는 건 상당히 어렵고 이후 100년간 티타늄은 실험실에서만 입수할 수 있는 진품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1880년대 스웨덴 과학자 2명은 순도 94% 티타늄 금속 제조에 성공했으며 1910년에는 제너럴일렉트릭 과학자 매튜 헌터가 금속 티타늄을 제조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공정은 1930년대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1930년 룩셈부르크 화학자인 윌리엄 크롤이 집안 실험실에서 티타늄 실험을 시작해 진공 상태에서 염화티탄과 마그네슘을 반응시켜 티타늄을 제조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1938년까지 23kg 티타늄 금속 생산에 성공해 와이어, 로드, 시트, 도금 성형에 성공했다. 이후 그는 1938년 미국에 제법을 팔려 했지만 이는 실패로 끝났다.

같은 해 미국 광업국은 티타늄을 제조하는 독자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던 필립스 연구로 티타늄 조사를 시작하고 크롤이 확립한 제법이 상업 프로세스로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작업은 전쟁에 의해 늦어졌지만 1944년 주당 25kg 티타늄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고 한다.

티타늄 연구가 가속화된 건 제2차세계대전 종결 이후로 제품 근원이 되는 다공질 스펀지상 금속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건 1947년이다. 경량이고 내식성이 있는 게 주목받으며 재료가 고온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항공우주산업에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기대가 높아졌다.

1948년 티타늄은 하루 100파운드 티타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다. 당초 티타늄은 F-84나 F-86 같은 전투지에서 실험적으로 사용되며 언론에선 이상한 금속, 기적의 금속 같은 표현을 써서 시장으로부터 관심을 받았고 1950년부터 1952년에 걸쳐 20개 이상 기업이 티타늄 생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관심은 계속 높아졌다.

하지만 신흥 티타늄 산업은 고전한다. 1951년 재료자문위원회는 연간 3만 톤 티타늄 제조를 예측했지만 실제 출하량은 불과 75톤. 연구용으로도 부족한 정도였다.

따라서 티타늄 제조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개입해 일부 티타늄 공장 건설에 자금을 제공하고 잉여물을 국가 비축으로 구입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에 의한 티타늄 개발 프로그램도 작용하며 1958년까지 미국에서만 연간 수천 톤에 달하는 티타늄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항공 우주를 위한 티타늄 제조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반면 군사 목적과 완전히 다른 용도가 발견됐다. 1952년 스웨덴 의학 연구자 페르 잉바르 브로네마르크는 토끼 다리에 내장된 티타늄 임플란트가 뼈와 결합되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당시에는 체내에 이물질이 묻으면 어떤 게 거부 반응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에 뼈가 티타늄과 직접 결합한다는 발견은 급진적인 것으로 곧 주목받으며 의료용 임플란트 연구에 큰 영향을 줬다.

이후 티타튬 재질 치과 임플란트나 인공 고관절 같은 의료용 임플란트로 시작해 소리를 전하는 티타늄 성질을 응용한 골전도용 임플란트 등도 개발된다. 티타늄에 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진행되며 티타늄은 1960년대 중반까지 유효한 소재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71년까지 생산된 티타늄 46%가 민간 항공기에, 37%는 정부 항공 우주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등 그 중에서도 항공 우주 기술을 지원하는 소재로 도움이 됐다.

또 티타늄 제조비용은 누적 생산량이 2배가 될 때마다 비용이 23% 떨어졌지만 여전히 알루미늄에 비하면 5배 비용이 필요하고 최종 제품은 알루미늄 10배 비용이 든다. 이 탓에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강을 구축하기에는 이르지 않고 고비용이 맞는 곳 활용이 중심이 됐다.

티타늄은 지금 과학 기술을 지지하는 중요한 물질인 동시에 과학적 발견과 기술 진보에 있어 우연함이 주는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는 물질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티타늄의 생체 적합성과 의료용 임플란트 유용성 등은 우연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티타늄을 사용한다는 건 화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동시에 역사를 아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런 학습은 기술 진보에 있어 중요하며 이런 이해를 통해 새롭고 더 좋은 기술이 출현하게 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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