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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세계 첫 휴대전화 통화

1973년 4월 3일 마틴 쿠퍼(Martin Cooper)는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걸 들고 있었다. 휴대폰이다. 그는 걸으면서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 이어진 휴대전화 역사를 시작했다. 세계 첫 휴대전화 통화를 한 날부터 반세기가 지나면서 기술 진보로 많은 이들이 휴대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휴대전화는 누구에게나 삶의 일부이며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고 세계와 곧바로 연결되는 기술이 되고 있다.

마틴 쿠퍼 박사는 모토로라에서 일하던 시절 자동차에 연결된 전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AT&T, 벨연구소 노력에 주목했다. AT&T 시스템에는 첫 단계에서 2가지 큰 한계가 있었다. 첫 번째는 동시 접속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2번째는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쿠퍼는 차에서만 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진정한 모바일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1973년 불과 90일 만에 첫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보도진 앞에서 공개했다. 데모는 케이블 전화로도 할 수 있는 회의실에서 전화를 거는 게 아니라 맨해튼 거리에서 걸으면서 전화를 거는 것. 처음으로 전화를 거는 인물로는 자신은 물론 자사인 모토로라 경쟁자이기도 한 AT&T 셀룰러 프로그램 디렉터인 조엘 박사를 택했다.

그는 시연 전에 전화가 켜져 있는지 여부를 두려워했지만 다행히 잘 작동했다. 이는 공공장소에서 열린 첫 휴대전화를 이용한 전화 통화였다. 당시 쿠퍼 박사 연구팀은 모토로라 실험실에서 실험을 진행했고 2가지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둘다 높이가 25cm, 무게는 1kg이었다.

1973년 첫 휴대전화 통화가 이뤄졌지만 첫 상용 휴대전화는 1983년까지 판매되지 않았다. 전설적인 모델인 다이나택 8000X(DynaTAC 8000X)는 쿠퍼가 사용한 프로토타입보다 버튼이 많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지만 여전히 크고 충전에 10시간이 걸리는 값비싼 휴대전화였다. 출시 당시 가격은 4,000달러였다. 그럼에도 이 휴대전화는 통신업계에 혁명을 불러왔고 영화에도 등장하는 등 주목받았다.

쿠퍼 박사는 50년 전 기술은 원시적이었으며 인터넷도 대규모 집적 회로도 디지털 카메라도 없었다면서 자신의 전화가 카메라나 백과사전이 되는 날이 온다는 건 머리에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상하게도 휴대전화로 전화를 거는 건 가장 번거로운 일 중 하나가 됐다. 채팅이나 SNS, 화상 통화 등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바뀌고 있다. 휴대전화 기술 진보로 이뤄진 것이지만 쿠퍼 박사는 여전히 스마트폰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래 스마트폰이 귀에 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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