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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늑대를 무리 지도자로 만든다”

톡소플라스마원충(Toxoplasma gondii)이라는 기생충에 기생된 늑대는 그렇지 않은 늑대보다 무리 리더가 될 확률이 높고 무리를 떠나는 늑대가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과 동물을 종숙주로 하는 톡소플라스마원충은 중간 숙주가 된 쥐를 대담하게 하고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을 잃게 하고 고양이에게 먹힐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하지만 톡소플라스마원충이 자연 환경에 사는 야생 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잘 알려져 읺지 않다.

몬타나대학 연구팀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있는 늑대 행동 분석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이 이곳 늑대에 주목한 건 이 지역에는 고양이과 대형 육식수인 퓨마도 서식하고 있어 늑대가 퓨마 먹이를 가로채거나 퓨마나 퓨마 배설물을 먹거나 해서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늑대 229마리로부터 혈액 샘플 256개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톡소플라스마원충 감염률은 27.1%였다. 검사된 늑대 내역은 수컷 116마리, 암컷 112마리다. 수컷 감염률이 25%였는데 암컷은 31.25%로 조금 높았지만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이 늑대를 추적한 결과 감염된 늑대는 감염되지 않은 늑대에 비해 가족을 버리고 새로운 무리를 만들 확률이 11배 높고 무리 리더가 될 확률이 46배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되면 인간에게도 테스토스테론이나 도파민 같은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해 성적 매력이 증가하거나 행동이나 성격이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비슷한 변화가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된 늑대에서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차이가 컸다고 밝히고 있다.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게 먹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됐다고 해서 늑대가 퓨마 먹이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하지만 북아메리카에선 한때 알려진 고양이과 동물 최대급인 체중 200kg인 미국 라이온이 서식하며 1만 1,000년 이상 전에 멸종될 때까지 늑대를 포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된 늑대가 번식에 성공하기 쉬워지는지 여부와 감염된 리더가 이끄는 무리가 위험을 감수하기 쉬워져 퓨마를 만날 확률이 올라가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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