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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샘플 회수용 헬기, 이번엔 바퀴로…

화성 지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려는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유럽우주기관 ESA 공동 미션 중 당초 샘플 회수용 페치 로버가 취소되고 새롭게 소형 헬기가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화성 제제로 분화구에 보내지는 건 화성 헬기 인제뉴이티(Ingenuity)를 기본으로 한 헬기 2기로 샘플 튜브 근처까지 날아가 픽업해 근처에 기다리던 랜더로 옮길 계획이었다.

나사와 ESA는 여전히 MSR(Mars Sample Return) 임무 개념 설계 단계에 있는 만큼 변화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나사 측은 MSR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 비유해 둘다 역사적 의의를 가진 글로벌 미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화성 지표 샘플 분석을 위해 지구로 가져오는 건 과학적인 면이나 과정에서 얻는 경험 어떤 의미에서도 중요할 수 있다. 샘플은 화성 지질학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줄 뿐 아니라 태고 시절 화성 생명 증거를 얻을 수도 있다. ESA 측 관계자는 화성 샘플로 지금은 불가능한 절대 연대 측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선도적 미션 역할도 완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MSR 미션은 복잡하고 역사상 첫 시도이기도 하다. 현재 탐사차 퍼서비어런스가 제제로 크레이터에서 지표 샘플 채취와 보관을 실시하고 있으며 암석을 담은 소형 튜브를 격납한다. 현재 퍼서비어런스가 내용물을 채우고 밀봉한 튜브는 이미 10개 정도이며 11번째 튜브 보관을 할 차례다. 나사와 ESA는 이런 튜브를 모아 지구로 안전하게 가져오는 확실한 방법을 결정하려 하고 있는 것.

새롭게 발표된 수정안으로 미션 아키텍처는 크게 방향을 전환했다. MAV를 운반하는 나사 샘플 회수 랜더와 포획과 격납, 리턴을 위한 CCRS를 탑재한 지구 귀환용 오비터가 남았지만 샘플 페치 로버와 착륙 플랫폼을 보내는 계획은 취소됐다.

변경 이유는 퍼서비어런스와 화성에서 10년 가까이 활약 중인 현역 탐사기 큐리오시티가 보여는 뛰어난 성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미션 회수 단계가 될 2030년대초가 되어도 퍼서비어런스가 작동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페치 로버를 중단하고 퍼서비어런스와 샘플 회수 랜더에 샘플을 전달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나사 측은 퍼서비어런스에 미션 회수 부분도 맡기는 재검토 전략은 큰 변화라기보다는 진화라고 밝히고 있다.

나사와 ESA는 원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페치 로버와 MAV를 별도 로켓으로 발사하려고 했지만 페치 로버를 취소하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ESA는 현재 퍼서비어런스에서 튜브를 꺼내 MAV에 부드럽게 올려놓을 다관절 샘플암(Sample Transfer Arm)을 개발 중이다. 늘리면 길이가 2.5m라고 한다.

나사는 또 퍼서비어런스에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을 때를 대비해 인제뉴이티급 헬기 2기도 보낼 생각이다. 이런 판단을 한 건 2021년 2월 퍼서비어런스와 화성에 착륙한 헬기 인제뉴이티가 현재까지 당초 계획보다 많은 24회 비행을 실시한 걸 든다. 화성에서 회전익 항공기 유용성을 보여줬다는 것. MSR 미션에 사용할 헬기 2기는 무게가 인제뉴이티보다 무거워지고 다리 대신 바퀴를 갖춘다고 한다. 작은 바퀴로 헬기는 화성 지표를 돌아다닐 수 있다. 또 지표에서 튜브를 잡기 위한 암도 갖춘다. 튜브 중량은 샘플을 포함해도 150g 이상이 넘지 않는 만큼 헬기에 지장을 초래할 수준은 아니다.

헬기는 각각 독자적으로 샘플 튜브로 날아가 착륙해 집어 올린 다음 샘플 회수용 랜더로 돌아간다. 랜더 부근에 놓인 튜브는 ESA 로봇팔이 집어 올려 담는다. 다만 헬기가 랜더에서 700m 이상 떨어진 샘플 튜브는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계획에선 지구 귀환용 오비터가 2027년, 샘플 회수 랜더는 2028년 발사되며 샘플은 2033년 지구에 도착한다. 이 프로그램은 10월에 12개월간 예비 설계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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