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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계획 컴퓨터로 비트코인 채굴을?

세계 첫 달 유인 착륙을 한 미국 아폴로계획에서 사용한 우주선은 항해 기능을 자동 제어하고 우주비행사가 비행 정보를 확인 수정할 때 아폴로 유도 컴퓨터(Apollo Guidance Computer)를 이용했다. 물론 현대 컴퓨터와 견주면 놀라울 만큼 사양이 낮다. 하지만 이런 저사양 컴퓨터로 첨단 사업 격인 암호화 자산인 비트코인 채굴을 한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끈다.

1960년대 MIT 기계공학연구소가 개발한 아폴로 유도 컴퓨터는 아폴로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젠 골동품이라고 할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켄 시리프(Ken Shirriff)는 입수한 고장난 아폴로 유도 컴퓨터를 수리하고 다시 실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보유한 아폴로 유도 컴퓨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행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아폴로 유도 컴퓨터를 이용해 그는 복고풍 컴퓨터로 현대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 채굴에 이용한다. 비트코인 채굴은 이젠 대량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 비즈니스다. 세계에서 가장 큰 채굴 기업은 엔비디아보다 많은 실리콘 반도체를 구입하고 비트코인 채굴 전용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1960년대 개발한 15비트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건 조금 힘들었다고 한다. 비트코인 채굴에 이용하는 건 SHA-256이라는 알고리즘.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해시값을 계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해 비트코인 채굴자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얻는다. 아폴로 유도 시스템 사양으론 1해시당 10.3초 계산 시간이 걸린다. 반면 USB 스틱형 비트코인 채굴 기계를 이용한다면 초당 1,300억 해시 계산이 가능하다.

계산상 아폴로 유도 컴퓨터가 첫 번째 비트코인을 채굴할 때까지는 400제타초가 걸린다고 한다. 비트코인 채굴까지는 우주 나이의 10억배에 달하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개발자는 한때 종이와 연필을 이용한 수동 계산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도전한 적도 있는 인물. 그의 계산 속도에 따르면 하루 0.67해시가 가능했다고 한다. 복고풍 컴퓨터라고 해도 아폴로 유도 컴퓨터의 계산 속도는 인간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걸 알 수 있다.

또 IBM이 지난 1959년 발표한 컴퓨터인 IBM 1401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도 하고 있는데 이 때에는 펀치카드를 이용해 해시값 계산을 했다. 이 때의 계산 속도는 1해시당 80초였다고 한다. 아폴로 유도 컴퓨터는 IBM 1401보다 8배 속도로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아폴로 유도 컴퓨터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는 모습은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숫자가 표시되고 채굴에 대한 계산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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