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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합성 영화 푸틴이 불러온 AI 윤리 논란

지난 1월 10일부터 폴란드에서 개봉된 영화 푸틴(Putin)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주제로 한 전기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AI를 활용, 주연 배우 스와보미르 소바라(Sławomir Sobala) 얼굴 위에 푸틴 얼굴을 합성하는 기술이 사용됐다.

폴란드 출신 감독인 파트리크 베가(Patryk Vega)는 처음에는 러시아 조직 범죄를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 최대 갱단으로 불리는 푸틴을 주제로 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관객은 매일 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 얼굴을 접하고 있다며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배우와 메이크업 기술을 동원해도 관객에게 푸틴이라는 설득력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연을 맡은 소바라 배우는 푸틴을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 2년에 걸쳐 그의 보디랭귀지, 걸음걸이, 방에 들어서는 방식 등을 연구했다. 여기에 AI 기술이 더해져 그의 얼굴 위에 푸틴 얼굴이 사실적으로 합성됐다. 베가 감독은 실제로 푸틴을 스튜디오에 초청해 촬영하는 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보통은 실재하는 인물을 고해상도로 재현하려면 물리적으로 촬영이 필요하지만 AI는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일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베가 감독은 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진 러시아 정보기관원이 미국 바이어로 위장해 20만 달러를 제안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영화 배급사와 기업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한 미국 홍보회사는 러시아가 자사를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가에서 영화 배급권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베가 감독은 러시아 정부의 분노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배우 얼굴에 AI를 이용해 푸틴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은 창의성을 높게 평가받는 한편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베가 감독은 푸틴은 전쟁 범죄로 고발된 인물이라며 이번 영화를 제작하는 데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푸틴은 폭력적 언어만 이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영화는 AI 기술이 예술 창작과 정치적 메시지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AI 활용에 대한 윤리적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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