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2013년 드론을 이용해 주문 30분 이내에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를 발표하고 당시 CEO였던 제프 베조스는 5년 정도 안에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도 아마존 드론 배달 서비스는 전개되고 있지 않으며 여전히 드론 사고나 안전성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3년부터 10년간 2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전 세계 1,000명 이상 팀을 조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드론 배달 서비스 전개는 먼 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아마존 드론 배달 프로젝트에 대해 사내 문서나 정부 기관 보고서, 전현직 직원 ㅇ인터뷰에 근거해 직면한 과제를 조사했다고 한다.
아마존은 2013년 항공 마니아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굴 김치(Gur Kimchi)를 아마존 프라임 에어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프로토타입 설계에 있어서 타사 드론을 기반으로 한 게 아니라 제로부터 새로운 드론을 개발하기로 했기 때문에 배달용 드론 개발은 상당히 곤란했다고 한다. 이 방침은 배달용 드론 최종 설계를 통제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전기 모터 자석에 구리선을 감는 작업까지 직접 하는 건 꽤 힘들었다고 한다. 이 같은 결정이 개발을 늦췄다는 지적이다.
아마존이 원하는 배달용 드론은 장거리를 비행해 나무와 송전선 같은 장애물을 피해 악천후에도 공중에서 호버링할 수 있는 조종성을 겸비한 것이었다. 개발팀은 20개 이상 콘셉트를 검토하고 궁극적으로 아마존이 취급하는 짐 85%를 차지하는 2.2kg 짐을 운반할 수 있는 38kg짜리 드론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김치 부사장은 드론 안전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결함을 수정할 시간은 충분히 주어져 정보 공유는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전 임직원 중 한 명은 프라임에어 그룹은 상당히 강한 안전 문화를 갖고 있었다고 밝히며 김치 부사장이 안전을 희생하기 전까지 속도를 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안전성을 중시하는 자세와 개발 어려움 때문에 아마존프라임에어는 예정보다 크게 늦어지게 됐다. 2019년 아마존 소비자 부문을 이끌던 제프 윌키(Jeff Wilke)는 2019년 기술 회의에서 드론을 시연하고 연말까지 드론 배달 서비스를 개시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드론 개발팀 미팅에서 이 목표가 공유됐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 일정이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2019년 기술 회의에서 드론을 선보일 수 있었지만 몇 개월 뒤 시작하겠다던 드론 배달 서비스는 전개되지 않았다.
2020년 드론 프로그램은 아마존 운영팀 일부가 됐고 김치 부사장은 2020년 후반 아마존을 떠났다. 전 직원은 김치 부사장에 대해 그는 과대한 약속을 했고 이를 달성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후임으로 온 건 보잉에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을 맡았던 데이비드 카본(David Carbon)이다. 그가 담당하던 보잉787을 제조하는 공장에 대해선 안전성보다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카본은 오랜 업계 경험으로 확실히 드론 개발을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전성이 소홀해지는 사태도 일어나게 됐다고 한다. 2021년 아마존팀이 캘리포니아주 센트럴밸리에 위치한 시험 비행장에서 드론 시험 비행을 실시했을 때 일부 멤버가 진로상에 농가 사람이 운전하는 트랙터가 있다고 지적해 연방항공국 FAA 규칙에 저촉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팀 리더는 드론이 농가 바로 위에 있지 않는 한 안전하다며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마존 측은 시험 비행을 하기 전에 항상 시험 구역을 클리어하며 이 경우 드론을 보낸 뒤 차량이 들판에 들어갔기 때문에 승무원은 안전하고 빠르게 드론을 착륙시켰다고 밝혔다.
또 아마존 드론팀에서 1년간 비행 어시스턴트를 맡고 있던 데이비드 존슨은 아마존은 드론팀 전체 멤버가 갖춰지지 않아도 테스트를 실시했기 때문에 때론 1명이 여러 역할을 맡아야 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다른 전직 직원은 승무언은 비행당 한 가지 역할만 할당된다며 이 같은 주장이 허위라고 부정하기도 했다.
그 밖에 김치 부사장 시절에는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고 있었지만 카본 취임 이후에는 정보 교환에 제한이 걸리게 된 것도 지적되고 있다. 카본은 드론 사고 영상이 미디어에 유출되는 걸 두려워해 일부 직원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전 직원은 안전을 가장 걱정하는 건 위험한 상황에서 비행을 하는 사람이고 안전을 가장 걱정하지 않는 건 책상 뒤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2021년 예정된 2,500회 시험 비행이 달성되지 않았음에도 드론 사고가 발발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2021년 5월에는 드론 프로펠러가 빗나가 뒤집어져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6월에는 모터가 고장나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49m 수직 낙하해 10만m2에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8년까지 드론 프로그램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아마존 드론이 수하물을 운반하기 위해 상당히 무겁게 설계됐기 때문에 배터리 무게도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드론 사고가 급증하면 팀 사기는 떨어지고 2021년에는 200명이 넘는 인원이 이직하거나 퇴직을 촉구받았다고 한다. 2022년 3월 해고됐다는 한 직원은 드론 프로젝트에 있어 안전 우려를 호소하는 내부 윤리 리포트를 제출하자 해고당했다고 한다. 그는 아마존이 안전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면 누군가가 죽거나 부상을 입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