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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암호화폐 시장, 전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암호화폐에 의한 기부를 받고 있다.

마이클 초바니안(Michael Chobanian)은 우크라이나 암호화폐 거래소 쿠나(KUNA)를 이끌고 있는 인물. 우크라이나에선 이전부터 민간인 사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지만 정부기관에 의한 암호화폐 대처는 그다지 진행되지 않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암호화폐를 합법화한 건 전쟁 시작 후인 3월이었다.

하지만 전쟁 중 암호화폐는 민간인에서 정부까지 폭넓게 이용되고 있으며 미하일로 페도로프 부총리는 3월 중순 전 세계에서 6,000만 달러 이상 기부금이 모여 암호화폐를 통해 방탄조끼 5,500벌, 헬멧 500개, 암시장치 3,125대, 의약품, 식량 등을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암호화폐에 의한 우크라이나 지원은 계속됐고 조사기업 TRM은 러시아와 전쟁 시작 5주차 우크라이나 정부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NGO는 합계 1억 달러 상당 암호화폐를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암호화폐 중요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암호화폐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초바니안 역시 이전과는 다른 입장에 놓여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전쟁 전 우크라이나 정부는 암호화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기관이 암호화폐 기업 사무실을 단속할 위험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초바니안은 암호화폐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블록체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전쟁 전에는 정부 특무기관과 트러블도 있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선 초기부터 암호화폐를 추진해온 초바니안은 우크라이나 첫 암호화폐 거래소를 개설하는 등 암호화폐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선 처음으로 경찰 수색을 받기도 했다.

정부 공식 허가는 없었지만 우크라이나 암호화폐 업계는 전쟁 전부터 활발했다. 암호화폐 조사기업인 체이널리리스가 2020년 발표한 세계암호자산보급지수(Global Cryptocurrency Adoption Index)에선 1인당 구매력 평가 등을 가중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암호화폐 보급도에서 세계 유수 국가로 나타났다. 수도 키이우는 암호화폐 중심이지며 초바니안은 개발자가 아마 2,000∼3,000명이고 암호화폐 관련 대기업 상당수가 키이우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말 그대로 수천 명이 밋업에 참가했다고 한다.

초바니안은 우크라이나 젤렌쓰키 현 대통령이 후보였을 당시 면회한 적이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IT 기업이나 암호화폐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당시 그는 암호화폐에 대해 별로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암호화폐가 국가를 구하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에 대해 잘 안다. 의견은 모르지만 아마도 긍정적 의견일 것이다.

2월 24일 얘기를 꺼내자 그는 유감스럽지만 그 날은 1시간 단위로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초바니안은 24일 다른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마찬가지로 정말 큰 소리에 깨어나자마자 뉴스를 체크했고 러시아군 침공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전부터 이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전쟁이 시작되기 2개월 전 쿠나 멤버 대부분을 우크라이나 국외에 피난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 남은 멤버와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 24일 15시 전원이 그의 집에 모여 차에 짐을 실어 비교적 안전한 우크라이나 서부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후 초바니안은 군대에 들어가지 않고 정부를 위한 암호화폐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암호화폐 수집과 자금 조달, 보관, 암호화폐 교환이나 법정통화 교환, 중개자와 정부를 위해 은행 계좌 개설, 국방부가 필요로 하는 물품 구입 등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초바니안은 자신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공급하고 가능하면 빨리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국외 상대방과 은행 시스템을 통한 결제를 하는 경우 미국 달러 입금에 1일, 입금을 확인해 지불을 실시하기 위해 1일, 스위프트(SWIFT)를 통한 결제 1일 등 모두 3일이 걸리지만 비트코인 결제는 평균 10분 정도로 끝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보통 3일이 걸리던 처리를 암호화폐라면 10분 만에 끝내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지금은 시간이 돈이라며 1분이라도 결제를 단축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프로세스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이 시작된 뒤 바뀐 일상에 대해 그는 가장 두드러진 건 시간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이 2년 전인지 잘 기억할 수 없을 정도다. 다른 하나는 뭔가 큰 소리가 나오면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암호화폐 커뮤니티로부터 대량 기부가 이뤄진 것에 대해선 그는 어젠 경쟁 상대였던 이들도 있지만 지금은 하나의 큰 가족이 되어 있다면서 암호화폐 억만장자 대부분은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도와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언젠가 암호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게 설마 전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더 평화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는 멈출 수 없으며 언젠가는 그 때가 온다는 말을 꺼내며 암호화폐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 암호화폐 시장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한때 유통하던 미국 달러나 우크라이나 법통화폐 대신 보관이나 이동이 용이한 암호화폐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가치 있는 돈 형태는 암호화폐라고 말한다. 더구나 지금까지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 정부나 은행, 군에 많았지만 전쟁 이후 암호화폐가 생명을 구하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정부도 암호화폐 힘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회의론자 모두 암호화폐가 편리하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며 이게 가장 큰 근본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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