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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워드프로세서처럼 편집? 프라임 에디터

크리스퍼(CRISPR)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최종 목표는 마치 간단하게 부품을 다시 조립하듯 유전 코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편집하는 것이다. 크리스퍼 Cas9(CRISPR/Cas)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상적 접근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잘못된 곳에 여분의 DNA를 추가하는 오프타깃(off-target) 효과 그러니까 원하지 않는 유전자에 작용하는 의도하지 않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 of Harvard and MIT) 연구팀이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존보다 프라임 에디팅이 훨씬 더 오프타깃 효과가 적게 유전자 코드를 편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기술로 인해 언젠가는 테이-삭스병이나 겸상적혈구빈혈증 등 수많은 해로운 유전 질환 치료가 될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기존 크리스퍼와 프라임 에디팅의 차이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위와 워드프로세서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DNA는 생물 모양과 기능을 결정하는 설계도로 단백질로 이뤄진 이중 가닥 유전 코드에 대응하는 4개 분자로 이뤄져 있다. DNA를 이용할 때에는 일시적으로 사슬을 풀어 RNA라는 단일 가닥 복사본을 만든다. 크리스퍼 시스템은 효소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게 Cas9라는 효소에 의해 RNA를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프로그램 내용은 RNA 형태로 대상 생물의 정의된 유전 정보에 따라 이뤄져 Cas9는 대상 쌍을 이루는 DNA 가닥의 절단해야 할 부분에 전달된다. 이후 세포는 원래 DNA 복구 메커니즘이 DNA를 복구한다. 이 때 연구팀이 넣은 새로운 RNA가 내장되며 차단된 데이터는 삭제된다.

이 방법은 대규모 편집에는 적합하다. 하지만 정확한 편집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방식으로 절단을 하거나 의도한 게 아닌 DNA를 삽입하거나 혹은 제거할 수도 있다. 연구팀에게는 이런 이중 가닥 절단을 해결하기 위해 정확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요구됐다. 또 단일 염기 편집기는 개별 분자를 편집할 수 있지만 수가 한정된 데다 DNA를 삽입하거나 제거할 수 없는 게 문제다.

크리스퍼/Cas9가 가위, 단일 염기 편집기가 연필이라면 이에 비해 프라임 에디터(prime editor)는 워드프로세서 같은 존재다. 표적 DNA 문자열을 검색하고 편집한 DNA 문자열을 정확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것.

프라임 에디터는 DNA 가닥에 노치를 넣는 Cas9 효소와 새로운 DNA를 생성할 수 있는 역전사 효소를 포함한 복합 물질이다. 만들어진 pegRNA(prime editing guide RNA)는 DNA의 Cas9가 노치를 넣는 곳에 프라임 에디터를 보낸다. 이어 pegRNA에서 표적 DNA를 향해 편집한 문자열을 전달하고 역전사 효소는 RNA를 읽고 대응하는 DNA 문자열을 생성해 노치 가장자리에 붙인다.

세포 내 핵산 분해 효소가 자연이 제공하는 복구 메커니즘을 통해 DNA의 오래된 세그먼트를 잘라내고 새로운 문자열을 유전자 정보에 붙여 넣는다. 그런 다음 편집한 DNA를 영구 설치하기 위해 다른 가이드 RNA로 프라임 에디터를 유도, 편집하지 않은 체인에 노치를 넣는다. 노치를 감지한 세포는 편집된 사슬을 템플릿으로 이용해 이를 복구한다. 이것으로 편집은 모두 끝난다.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175번 편집을 실시하고 다른 편집 기술과 마찬가지로 테스트에 인간 세포를 이용해 테이-삭스병이나 겸상적혈구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은 원칙적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인간의 병원성 유전자 변이 중 89%를 보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프라임 에디터가 크리스퍼나 단일 염기 편집기보다 뛰어나다거나 열등하다는 건 아니다. 다를 뿐이다. 기술마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 3가지 기술 모두 인간의 치료와 농업의 기초 연구, 응용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기술은 일반적인 생명 과학에서도 섬세하고 정확한 편집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일부 전문가는 다만 이 시스템이 Cas9 시스템보다 조금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시스템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줄이고 더 나은 유전자 편집을 찾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프라임 에디터가 언젠가 치명적인 질병 치료를 제공하고 정밀한 유전자 편집에 대한 윤리적 논의를 더 활발하게 만들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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