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에는 침대에서 나오려고 하면 기력이 오르지 않아 다시 잠드는 경향이 있다. 이를 두고 자신이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Neuro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은 수면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동물이 계절에 따라 행동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포유류는 겨울이 되면 동면을 하기도 한다. 한편 인간은 비교적 계절에 의한 행동 변화가 적고 일이나 학교 등 사회 활동도 겨울이나 여름 거의 변하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 세인트헤드윅병원 연구팀은 인류 진화에서 가장 소중한 성과 중 하나는 행동 수준에서 계절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수면의학회가 2020년 실시한 조사에선 미국에 거주하는 성인 34%가 겨울이 되면 수면시간이 길어진다고 응답하고 있는 한편 36%는 여름이 되면 수면시간이 짧아진다고 답하고 있으며 수면에는 계절성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시사되고 있다. 수면시간 변화는 일일 리듬을 조정하는 햇빛을 받는 양 변화에 의해 설명할 수 있지만 일일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자연광 뿐 아니라 실내 조명이나 전자기기 화면 불빛 등도 일상 리듬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계절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은 모호하다.
따라서 연구팀은 도시 환경에 사는 사람이 수면 계절성을 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인트헤드윅병원에서 3박에 걸친 수면 폴리그래프 검사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실시한다. 수면 폴리그래프 검사란 환자가 자고 있을 때 뇌파와 호흡, 안구 운동, 심전도, 산소 포화도 등을 측정해 수면 길이와 질을 확인하는 검사다. 병원에선 알람 시계를 두지 않고 피험자가 자연스럽게 수면할 수 있는 실험실을 사용해 수면 장애를 안고 있는 환자에 대해 정기적으로 수면 폴리그래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구팀은 2019년 이 병원에서 수면 폴리그래프 검사를 받은 환자 292명으로부터 수면과 관련한 약을 복용하는 환자나 얕은 수면인 렘수면시간이 120분 이상인 환자를 제외하고 180명 데이터를 추출했다. 환자 내역은 남성 90명, 여성 98명이며 모두 자연광에 노출이 적고 광해 정도가 큰 베를린 도시에 살았다. 수면 장애 진단에는 계절성 패턴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불면증은 연말에 많이 진단되는 경향이 있었다.
총 수면 시간을 보면 5∼6월경은 겨울 정점에 비해 최대 60분 가량 적어지고 겨울은 여름보다 렘수면시간이 길어지고 가을이 되면 기억이나 면역 기능에 있어 중요한 논렘 수면 시간이 감소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계절에 따른 총 수면시간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렘수면시간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덧붙여 이번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수면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소규모 집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더 대규모 집단 대상 실험 재현이 필요하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