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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동해안에 확산되는 유령의 숲

럿거스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미국 동부 해안 토양이 바닷물에 잠겨 염해 탓에 숲이 죽어가는 실태를 밝히고 있다. 변해버린 나무로 즐비한 풍경은 고스트 포레스트(ghost forest), 유령의 숲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모습.

기후 변화가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파도와 해일에 의해 홍수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는 건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에 따라 사람이나 인프라 시설, 생태계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위험이 가시화된 예라고 할 수 있는 유령 숲은 지금도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유령 숲은 토양이 바닷물에 잠기고 소금물에 내성이 없는 나무가 차례로 시들어가는 현상이다. 죽은 나무는 곧 잎이나 가지가 떨어지지만 줄기만은 햇빛에 노출되어 퇴색하거나 검게 부식되거나 건조해지면서 수십 년간 서있다. 염성 습지에 적응한 식물이 침입하면서 유령 숲 바닥을 뒤덮기도 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생태계가 복구되는 건 아니다.

연구팀은 유령 숲화를 부르는 가장 큰 요인은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이로 인해 파도와 해일로 잠기는 토양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파도와 해일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는 미국 동부 해안 남쪽 버지니아 북부 매사추세츠주까지 펼쳐진 해안 숲의 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또 해안 숲과 염성 습지 경계가 서서히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판명됐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 체사피크만에선 1년에 0.5m 가량 변동이 있고 지난 100년간 이어오던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이 변화는 일률적인 게 아니라 체사피크만에선 연간 최대 6m 내륙으로 움직이는 지역도 있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동해안과 멕시코만을 따라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등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낮고 완만한 해안이 더 분명하게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기후 변화 영향은 유령 숲만 촉진하는 게 아니다. 유령 숲이 진행되어 산림 면적이 감소하면 기후 변화 자체를 악화시키는 부정적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에서 메인주에 걸친 천연림은 연중 광합성을 하는 침엽수가 많아 현재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다. 산림 토양만으로도 탄소를 흡수하지만 물에 빠져 버리면 효과는 반감되어 버린다. 탄소 격리와 저장한 건강한 해안 숲이 주는 혜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안 숲 습지에 변화가 생기면 탄소를 격리하는 기능이 손실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탄소 일부는 대기로 방출되며 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유령 숲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 뿐 아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안 숲에는 희귀 조류와 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바꿔 말해 숲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이런 숲 토양은 빗물을 저장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며 숲보다 내륙에 사는 사람을 홍수 피해로부터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해안 숲이 유령 숲화되는 걸 막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토지 이용에 대한 면밀한 계획이 열쇠라는 설명이다. 해안 숲을 개발하는 벌목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선 국가가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안 숲 면적을 내륙으로 넓혀가는 조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금물에 내성이 있는 식물을 심어주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해안 숲 대부분은 사유림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소유자와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전역 사유림 중 77%는 동부에 집중되어 있다.

유령 숲은 더 이상 특정 지역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 미국 동해안 전역에 퍼지고 있다. 진행 속도와 영향 범위는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해수면 상승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정된 토지 이용 계획법이 해안 숲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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