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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의외의 물체

세계에는 가장 빠른 기록이 여럿 존재한다. 1,000km/h가 넘는 자기부상열차에서 790km/h 이상 달리는 자동차, 50km/h로 달리는 쓰레기통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인간이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빠른 물체는 비행기나 로켓도 아니고 핵실험으로 날아간 맨홀이라고 한다.

미국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국에선 1945∼1992년 사이 1,000회가 넘는 핵실험이 실시됐다. 이런 실험으로는 비키니환초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을 발생시킨 크로스로드 작전이 유명하지만 실험 대부분은 지하로 바뀌었다.

1957년 7월 26일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열린 파스칼A도 이런 핵실험 가운데 하나다. 핵미사일 개발을 목적으로 플럼밥(Plumbbob) 전략을 추진하던 팀은 깊이 150m 세로 구멍 바닥에 폭탄을 설치하고 무게 900kg 철판을 용접해 두껑을 덮었다. 폭탄은 무사히 폭발했고 기폭에서 몇 밀리초 사이 실험장 상공에 날아올랐다.

파스칼B 실험을 실시하면서 과학자 로버트 브라운 리는 지하 샤프트에서 발생하는 충격파 크기를 계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이후에 쓴 칼럼에서 실험을 담당한 사단장이 3번이나 뚜껑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속도를 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뚜껑이 하는 역할은 폭발 충격을 반사시키는 것이지 뚜껑이 날아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반복 설명했지만 사단장은 뚜껑이 날아오르는 것에 집착해 결국 계산을 해야 했고 뚜껑은 지구에서 탈출 속도(Cosmic Velocity)보다 6배까지 가속될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실험팀은 뚜껑이 날아가는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 8월 27일 열린 파스칼 B 실험장에 하이스피드 카메라를 설치했다. 뚜껑은 1프레임 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영상에서 직접 뚜껑 속도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브라운 리는 후일 뚜껑 속도는 20만km/h였다고 산출했다. 탈출 속도는 4만km였기 때문에 뚜껑은 그가 예측했던 속도에 가까운 탈출속도 5배에 도달한 것이다.

이렇게 가장 빠른 인공물이 된 맨홀 뚜껑을 모두 어딘가에서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뚜껑은 소련이 인류 처음으로 발사한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 발사보다 먼저 우주로 나갔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빠른 인공물일 뿐 아니라 우주에 간 첫 인공물일지도 모른다. 또 이후 테스트에선 핵폭발을 완전 봉쇄하기 위해 뚜껑이 날아가지 않게 개선을 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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