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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하는 영화관…코로나19가 앞당긴 것들

미국 대형 영화관 체인인 AMC가 공개한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이 상태로 올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영화관 운영을 계속할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생존하려면 추가 조치나 방문자 증가가 필요하다는 것.

영화관이 겪는 경영난 이유는 코로나19다. 수많은 작품 공개가 지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극장 폐쇄와 수용 인원 제한 등 영화관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만 이어졌다. 추가 차입을 위한 신주 발행으로 자금 조달이나 극장 임대료 협상, 자산 매각, 합병 등 다양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성공하더라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위험한 상태다.

10월초 미국 내 598개 극장 중 494곳이 재개했지만 극장 수용 인원은 보통 20∼40%로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 전체 방문자 수는 지난해보다 겨우 15% 수준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신작인 테넷(TENET) 역시 미국에서 흥행 성적은 생각보다 부진하다고 한다. 여전히 영화관에 가는 걸 사람들이 주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봉을 예정한 빅 타이틀은 크루즈패밀리2(The Croods : A New Age), 프리가이(Free Guy), 커밍 2 아메리카(Coming 2 America), 원더우먼 1984(Wonder Woman 1984) 달랑 4편이다. 모두 공개는 11월 후반 예정이지만 공개가 연기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월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10월 롯데컬처웍스는 권고사직과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관 부진 원인이 코로나19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관에 코로나19만큼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영화관 외에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개봉하던 방식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인터넷 전달 방식으로 바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앞으로 이런 성공의 기억이 정착되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극장을 떠난 고객 중 일부는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영화업계에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파라마운트 판결(Paramount Consent Decrees) 그러니까 영화 제작사가 영화관을 소유하면 안 된다는 게 폐지 승인된 것도 바꿔 말하면 영화관이라는 장소를 차지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굳이 영화관 같은 곳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체험형 콘텐츠 같은 색채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불특정 다수와 함께 앉아 팝콘이나 콜라를 마시며 즐긴다는 기존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영화관의 위기는 코로나19가 시기를 앞당겼을 뿐 직접적 원인은 어디까지나 시대 흐름과 기술 진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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