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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우주 공간에서도 장기간 생존 가능하다

지구상 생명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그 중에서 제창된 다른 천체에서 왔다는 가설인 판스페르미아(panspermia)를 검증하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년간 진행된 미생물을 우주 공간에서 배양한 실험 결과 미생물은 우주 공간에서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생명이 다른 천체에서 왔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판스페르미아는 1908년 스웨덴 과학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가 발표한 가설로 지구상 생명의 기원은 운석 등에 달라붙어 행성간 이동해온 생명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에선 자외선을 차단하기만 하면 미생물 포자는 장기간 우주에서 생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1993년 발표된 연구에선 고초균 포자가 알루미늄 돔에서 자외선에 노출되어도 6년간 생존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암석 등으로 보호된 상태라면 포자는 우주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설이 나왔다.

일본 도쿄약과대학 연구팀은 판스페르미아를 검증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26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2015년부터 3년간 미생물이 우주 공간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관찰하는 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실험에선 세계에서 가장 방사선에 강한 세균으로 알려진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Deinococcus radiodurans)를 비롯한 균체 덩어리를 국제우주정거장 노출부를 통해 우주 공간에 노출시킨 다음 미생물 생존 여부를 조사했다. 샘플은 태양의 강한 자외선에 항상 노출되도록 했다.

그 결과 0.5mm를 초과하는 모든 샘플이 3년간 살아남았다. 분석 결과 샘플 표면에 있는 세균은 사멸하면서도 보호층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세균 콜로니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직경 1mm 박테리아 콜로니라면 자외선에 노출된 상태에서 8년까지,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는 상태라면 수십 년 동안 우주 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서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조건에서도 덩어리가 미생물의 화성과 지구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설을 내세웠다. 이번 연구 주제인 생명의 기원은 과학계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다. 최근에는 RNA가 단백질과 상호 작용을 반복해 유전 정보 복제를 하게 된 게 원시 생명의 시작이 아니겠냐는 RNA 세계를 주창한다. 만일 판스페르미아가 입증되면 우주 어딘가에서 기적적으로 발생한 생명이 지구에 도착, 지구상에 생명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훨씬 높아진다. 다시 말해 지구상 생명은 화성에서 탄생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 실험은 지상에서 400km라는 고도에서 실시됐지만 지구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밴앨런방사대(Van Allen radiation belt)보다 낮은 위치이기 때문에 방사선에 대한 내성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연구팀은 밸앨런대 외부에서 미생물 노출 실험을 하면 판스페르미아 가설에 대한 더 나은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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