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2개국에서 일하는 근로자 앙케이트 결과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사람과 접하는 일이나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남성은 여성보다 물건을 취급하는 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또 여성은 아이디어를 다루는 일과 명성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밝혀졌다.
지금까지 여성은 남성 사람과의 관계를 좋아하고 남성은 여성보다 기계와 차량을 좋아한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가 발표되어 왔지만 대부분은 한 국가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그 중에는 국경을 넘은 연구도 있지만 이런 연구에선 남녀 평등이 진행된 국가일수록 성차가 큰 것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연구자 사이에서 남녀 평등의 역설이라고 불리며 오랜 수수께끼였다.
남녀 평등의 패러독스 실태를 탐구하기 위해 애리조나주립대학 연구팀은 과학지에 발표한 연구를 바탕으로 타임이 실시한 온라인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데이터에는 193개국과 지역에 거주하는 8만 4,393명이 응답한 직업에 대한 의식 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먼저 남녀 30명 이상이 응답하고 있는 국가 데이터를 산출했다. 그 결과 42개국 7만 908명 답변이 남았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업무상 관심사를 사람, 모노, 아이디어, 데이터, 명성으로 분류해 채점한 뒤 유엔개발계획이 작성한 성별 불평등지수와 문화, 국민성 차이를 정량화한 홉스테드지수(Hofstede’s Cultural Dimensions)를 이용해 각국 문화적 배경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녀간 가장 현저한 차이는 역시 여성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과 남성은 물건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차이다. 이 추세는 국가마다 다르며 차이가 가장 작았던 건 그루지야였고 가장 큰 곳은 베네수엘라였다.
그 밖에도 핀란드와 폴란드를 뺀 모든 국가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데이터보다 아이디어를 다루는 일을 좋아하는 게 밝혀졌다. 분석이 걸린 항목 중 가장 남녀 차이가 작았던 건 명성. 보통 여성은 남성보다 명성 있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었지만 캐나다와 칠레, 프랑스, 그리스,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우리나라, 싱가포르 8개국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남녀 불평등 맥락에서 남녀와 불평등한 국가에선 여성이 사물보다 사람과 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작았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하지만 문화적 측면을 고려하면 이 차이는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남녀 불평등보다 큰 영향이 있던 건 불확실성 회피라는 요소다. 이는 새로운 일이나 그때까지 없었던 걸 해당 문화 멤버가 싫어하는 정도다, 이 불확실성 회피 특성이 강한 문화 국가만큼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남녀간 경향에 차이가 생겼다.
이번 연구에는 일부 국가에선 샘플 수가 불충분하거나 응답자가 해당 국가 평균보다 고학력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등 몇 가지 제한이 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얻은 지식은 경력 상담 전문가에게 중요한 실용적 제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