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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로 손가락에서 혈압 측정하는 시대 열린다

발렌셀(Valencell)이 광전 용적맥파(photoelectric plethysmography) 측정기를 이용해 손가락이나 손목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지난 몇 년간 웨어러블 기기가 정교해지면서 심장 박동이나 심방 세동, 스트레스, 혈중 산소 농도까지 손목에서 측정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혈압 측정을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발렌셀은 혈압 측정 기술을 개발해 2020년 초에는 이어폰 광학 센서를 이용해 고혈압을 89% 정확도로 감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렌셀은 해당 기술을 손가락과 손목에서도 시도했지만 정확도는 높지 않았다. PPG 센서의 과제는 데이터가 많은 대신 노이즈도 많다는 것이다. 발렌셀은 이에 따라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손가락과 손목에서 측정 정확도를 높이려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고 따라서 데이터량을 늘리는 대신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기존 PPG 데이터에서 질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걸 판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발렌셀 기술은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추적기, 손가락 클립형 펄스 옥시미터에 이용할 만큼 정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방법은 보정도 필요 없고 기존 혈압 측정에 이용하는 것과 같은 팽창 벨트도 필요 없다.

발렌셀은 자사의 손가락에서 혈압 측정 정확도는 귀에서의 정밀도와 같은 수준이며 손목에서 측정 오차는 16mmHg에서 13mmHg까지 감소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매력은 기존 스마트워치 센서로도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렌셀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가 센서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PPG 센서는 작은 광학 센서에서 녹색 빛을 피부에 조사해 심박수를 측정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이미 핏빗이나 애플워치 등에 널리 쓰이고 있는 것.

기존 팽창 벨트를 이용한 커프스 혈압계는 정확하지만 제약도 있다. 일단 혈압을 측정하고 재측정하고 싶을 때에는 2분간 기다려야 한다. 수술 등으로 실시간 혈압을 계속 체크하려면 사용이 어렵고 커프스 압력으로 자던 사람이 깨어버릴 가능성도 있어 수면 무호흡증 진단에선 자는 환자 혈압을 측정하는데 최선이라고 하기 어렵다. 투석 환자에 사용할 때에도 팽창 벨트에 멍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발렌셀 제품은 환자 부담이 적은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같은 팽창 벨트식보다 손가락이나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재는 쪽이 압도적으로 편하다. 2020년 11월 발렌셀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고혈압 환자가 제대로 혈압을 측정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고혈압 환자 중 1일 1회 이상 혈압을 측정하는 사람은 15%로 소수에 불과하며 월 몇 차례나 1년에 몇 번이라고 답한 비율도 각각 31%였다. 하지만 만일 손가락 클립이나 스마트워치, 스마트폰이라면 더 자주 측정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각각 41, 40, 32%였다.

발렌셀이 기술을 모두 완성했더라도 당장 보유한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추적기에서 몇 개월 안에 혈압을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발렌셀은 2021년 상반기 미 식품의악국 FDA 승인을 받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며 웨어러블 제조사가 이 기술을 장치에 탑재하는 건 그 다음 얘기다. 장착해도 해당 제품이 발렌셀 기술을 채택하면 FDA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어쨌든 당장 상품화가 되지 않더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혈압이 스마트워치나 다른 웨어러블에서 측정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평소 혈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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