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페이스트로 갈아 설탕과 소금을 넣고 빵에 발라 먹는 땅콩버터는 미국 가정에선 없어서는 안 될 스프레드 중 하나다. 이런 땅콩버터는 어떻게 태어나 미국 일반 가정에 퍼지게 됐을까.
땅콩버터가 현대 음식에 등장한 건 1895년 미국인 의사이자 영양사인 존 하비 켈로그가 땅콩버터 특허를 신청하면서다. 콘플레이크로 유명한 켈로그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병자를 위해 땅콩을 끓여 소화하기 쉽게 하자는 아이디어로 땅콩버터를 발명했다.
첫 번째 특허는 어떤 너트를 사용할 것인지 지정하지 않았고 켈로그는 땅콩 뿐 아니라 아몬드로도 버터를 만들었다. 켈로그는 아몬드로 만든 버터를 지금까지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는 견과류 버터라고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였던 그는 식물성 식사를 권장하고 땅콩버터를 고기 대안으로 홍보했다. 1896년에는 여성 잡지 굿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이 고기 분쇄기를 이용해 땅콩버터를 스스로 만드는 주부를 격려하고 빵에 발라 먹을 걸 제안했다. 또 신문인 시카고트리뷴은 1897년 7월 미국 발명가의 활발한 두뇌가 땅콩의 새로운 경제적 용도를 발견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켈로그가 운영하던 요양소 직원이던 조셉 램버트는 대량 땅콩을 볶아 으깨는 기계를 발명했다. 이후 그는 램버트푸드컴퍼니(Lambert Food Company)라는 회사를 설립해 견과류 버터와 이를 만들기 위한 제품을 판매하고 땅콩버터 사업을 확대해갔다. 땅콩버터 생산량이 늘어날 때마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땅콩버터는 일반 가정에서도 당연하게 구입하는 대상이 됐다고 한다. 1908년 델라웨어서 나돌던 땅콩버터 광고는 10센트 땅콩에는 스테이크보다 6배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1차세계대전 중 미국에선 육류가 배급제가 되면서 땅콩버터 수요는 급증했다. 정부 팸플릿에는 땅콩을 듬뿍 사용한 고기 없는 월요일이 실려 있었다. 신문에선 전쟁으로 인해 미국인이 땅콩버터를 빵에 먹거나 땅콩 오일을 샐러드에 사용하게 됐다고 1917년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땅콩버터는 대량 기름을 포함하고 있어 썩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땅콩버터에는 반드시 너무 주걱이 붙어 있어 정기적으로 이런 분리르 막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1921년 조셉 로즈필드라는 발명가가 땅콩버터에 부분 수소화라는 화학 공정을 적용하는 특허를 신청했다. 이 과정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 땅콩버터에 포함된 주요 천연 오일을 실온에서 고체나 반고체 오일로 변환해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원래 버터 등을 만드는데 이용하고 있었지만 땅콩버터에 응용한 건 그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더 안정적인 땅콩버터가 전국에 출하되면서 창고나 선반에 장기 보관할 수 있게 됐다.
로즈필드가 발명한 땅콩버터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땅콩버터 브랜드인 스키피(Skippy)다. 스키피 땅콩버터는 1932년 출시되어 제2차세계대전 당시 군인이 전쟁터에 갖고 나갔다. 이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군에게 스키피 땅콩버터는 중요한 물자가 됐다.
미국 내 땅콩 수확량은 중국과 인도에 뒤지고 있지만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2020년 현재 미국 가정 중 90%가 땅콩버터를 정기적으로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