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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빙하가 말해주는 기후 위기

기후 변화로 남극 얼음이 전례 없는 속도로 녹고 있다. 따뜻해진 해수가 전 세계 해안 지역에 사는 수백만 명의 운명을 쥐고 빙하 아래에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일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광대한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는 남극 빙상에서 아문센해(Amundsen Sea)로 미끄러지고 있다. 이 취약한 빙하가 붕괴된다면 연쇄적으로 붕괴가 일어나고 해수면이 3m 상승할 가능성까지 있다. 이 빙하를 종말 빙하(doomsday glacier)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구자들은 수십 년 동안 빙하가 불안정했다는 걸 파악하고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선 빙하 아래 중요한 부분에 따뜻한 물이 흐르고 있다는 걸 처음 확인했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 등 100명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스웨이츠 빙하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빙하에 흩어진 팀은 빙하 하부를 촬영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다. 팀은 얼음 바다까지 도달하는 610m 구멍을 뚫어 해수와 해양 난류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내려보냈다. 그 결과 바닷물이 어는 온도를 2도 웃도는 0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스웨이츠 빙하는 불행하게도 얼음 아래 지형이 바다를 향해 내리막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튀어나온 얼음 아래에 흘러든 바닷물에 의해 얼음이 녹기 쉽다. 더구나 해류가 따뜻한 해수와 빙하의 녹은 민물을 섞고 따뜻한 물이 대륙 쪽으로 흘러 얼음이 더 빨리 녹아 버린다.

조사를 실시한 뉴욕대학 빙하학자인 데이비드 홀랜드는 이번 결과에 대해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서 막을 수 없는 빙하 후퇴는 지구 규모의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해수면 상승은 빙하가 녹는 장소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전 세계 해안 지역에 있는 곳은 물과 싸우게 될 수 있다. 플로리다 정도 크기 19만 2,000km2에 이르는 스웨이츠 빙하는 지금까지 일어난 해수면 상승에 4% 기여했다. 스웨이츠 빙하가 붕괴되면 90cm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는 얼음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하지만 같은 서남극 빙상에 위치한 파인 아일랜드 빙하(Pine Island Glacier)도 스웨이츠 빙하처럼 육지가 바다를 향해 내리막으로 되어 있어 따뜻한 바닷물이 튀어 나온 얼음 아래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만일 둘다 녹으면 터무니없는 양의 얼음이 바다로 흘러 들어 해수면이 3m까지 상승하게 되고 수많은 해안 도시가 바다로 가라앉아버린다.

스웨이츠 빙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녹을지는 분명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기후 위기가 가속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전 세계 모든 장소에 대한 위협이다. 서남극 빙하가 녹아도 갑자기 해수면이 상승하는 건 아니다.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단위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온난화의 원인을 만든 인류가 가능하면 빨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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