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표면 중 70% 이상이 바다에 덮여 있지만 대다수에게 바다는 수영이나 낚시를 할 수 있는 수심 200m까지 극히 한정된 영역일 뿐이다. 이보다 더 깊은 심해에는 어떤 게 있을까. 유튜브 과학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가 정리한 내용을 소개한다.
인간은 지금까지 낙도를 찾아 북극을 정복하고 아마존의 깊은 정글을 탐험해왔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아직도 탐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암흑 속에서 신비로운 생물이 많이 서식하는 심해가 그것이다.
앞서 밝혔듯 표면 중 70% 이상이 바다에 덮여 있지만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 자원 중 해양생물은 불과 2% 비율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또 해양생물 중 90% 이상은 수심 200m까지 얕은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수심 200m 영역은 빛이 비춰 밝고 식물은 광합성이 가능하다. 따라서 식물 플랑크톤과 단세포 조류, 박테리아 등이 많이 서식한다. 식물 플랑크톤 등 미소 동식물은 더 큰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를 지지한다.
수심 200m까지 지역은 아마존 열대 우림과 상당히 비슷하다. 해양 생물 뿐 아니라 산호초와 해조류도 많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수심 200m까지의 영역에만 주의를 기울여 낚시를 하거나 수영을 하고 오염을 시키고 조사를 했다.
하지만 지구에는 더 깊은 어두운 바다가 존재한다. 연안 해역에서 더 먼 곳으로 가면 대륙붕이라는 느슨한 경사 해저가 끝난다. 대륙붕 가장자리까지 가면 대륙 사면이라는 가파른 경사면에 도달한다. 심해에선 수심이 1m만 증가해도 빛이 크게 감소하는 탓에 이곳에선 광합성을 필요로 하는 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륙 사면은 달과 비슷하다.
대륙 사면보다 더 가면 약광층(Twilight zone)이라는 지역이 있다. 빛이 도달하지 않는 바닷속 가장 깊은 층이다. 여기까지 잠수하면 수압은 치명적인 수준까지 올라간다. 현 시점에서 스쿠버다이빙의 세계 최고 기록은 수심 332m다. 이 깊이 수압에서 수영을 하는 건 머리 위에 자동차를 200대 쌓은 채 균형을 잡는 꼴이다.
이런 가운데 심해까지 지구상 바다 총 부피 중 3%에 미치지 못하는 영역 밖에 커버할 수 없다. 또 생물 개체수는 수심 200m까지 지역과 견주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약광층에 서식하는 생물은 낮에는 바다의 포식자로부터 숨기 위해 이 지역에 머물고 밤이 되면 음식이 풍부한 얕은 영역으로 이동한다.
어둠과 태양의 희미한 불빛이 공존하는 가운데 심해 영역에선 빛이 강력한 도구다. 약광층에 고유한 생물 중 90% 이상이 생물 발광이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영역에선 생물이 동료와 연락 수단이나 위협, 사냥에 대해 생물 발광을 이용하고 있다.
깜깜한 심해에서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은 팀워크다. 수심 700m 가량 공간에 서식하는 관해파리류(Siphonophorae)는 많은 개체수가 이어진 군체로 서식한다. 길이는 50m가 넘는다. 관해파리류의 눈은 파란색이나 빨간색 강한 빛을 발해 먹이가 되는 생물을 끌어 빛에 다가온 먹이를 독침으로 찔러 포식한다.
하지만 이 지역 모든 생물이 관해파리류 눈처럼 사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다수는 마린스노(Marine snow)라는 물질을 영양원으로 삼는다. 마린 스노는 바닷속을 감도는 눈처럼 하얀 입자로 식물과 동물, 조개류 등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마린 스노는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해에 있는 수많은 생물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마린 스노 외에 영양원으로 하는 생물도 당연히 있다. 치아가 있는 동물로는 세계 최대인 향유고래가 집 정도 크기 오징어를 먹이로 삼기도 한다. 오징어가 향유고래에 이기기는 어렵지만 육식 고래의 피부에 상처를 줄 수는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부르즈칼리파보다 깊은 수심인 1,000m 이하 영역은 점심해대(bathyal zone)라고 한다. 여기까지 깊어지면 인간이 수영을 하는 건 우주 공간을 걷는 것보다 더 어렵다. 점심해대에서 음식을 찾는 건 상당히 곤란하기 때문에 이 영역에 서식하는 생물은 에너지 효율이 상당히 높다. 점심해대에서 물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고 감도는 몸길이 30cm 가량인 흡혈 오징어(Vampyroteuthis)는 길고 얇은 다리는 작은 털로 덮여 있고 이를 이용해 수중에서 먹이를 긁어 모은다. 헤엄을 치면서 먹이를 모을 수 있어 상당히 에너지 절약도 가능하다.
점심해대에 서식하는 육식 물고기의 경우 생물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생물을 찾으면 도망칠 수 없게 일격필살로 먹이를 잡어야 한다. 따라서 점심해대에 서식하는 육식 물고기는 긴 이빨을 갖고 있거나 생물을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최대한의 크기를 갖고 있기도 하다.
바다 깊이 더 들어간 수심 3,800m가 되면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이 잠들어 있는 수심이기도 하다. 이곳까지 오면 생물의 움직임은 매우 느려진다.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뜬 채로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수준이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이 빠르게 움직이는 건 생명에 위기를 느낄 때에 해당한다.
수심 4,000m까지 오면 간신히 해저가 나타난다. 회색 진흙과 바위, 마린 스노가 덮여 있다. 이들은 해삼과 새우, 성게 등의 먹이가 된다. 이곳에는 작고 검은 침전물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망간단괴(manganese nodule)라고 불리는 구형 응결 덩어리다. 심해에 존재하는 산호나 해면 동물은 망간단괴를 이용해 해저에 고정되어 있다.
해저는 점심해대 등 생명에 어려운 환경이지만 해저는 생명의 오아시스라고 할 만한 영역도 존재한다. 지각판이 분열하는 지구대에 존재하는 마그마가 해수를 가열하는 열수분출공(hydrothermal vent)이 그것이다. 열수분출공은 400도 이상 뜨거운 물과 미네랄이 분출되어 공급되어 생태계의 기반이 되고 있다.
또 바다 깊이 잠수해 수심 7,000m까지 도달하면 이곳은 점심해대보다 더 심해인 초심해대(hadal zone) 입구다. 이곳은 바다 중 0.25%를 차지하는 길고 깊고 좁은 부분이다. 초심해대는 바다에서 가장 어려운 환경으로 꼼치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서식할 수 있는 생물만이 살고 있다. 수심 1만m가 넘으면 뾰족한 검은 바위가 늘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구인 마리아나해구의 경우 최대 수심은 1만 911m라고 한다. 1만 1,000m 수심에서 수압은 1,086bar에 달한다. 이 수압에서 수영을 하는 건 코끼리 1,800마리를 머리에 올려놓고 균형을 잡는 것과 같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의 바닥에도 서식할 수 있는 건 바로 단각류(Amphipoda)다. 하지만 보통 몸길이가 수mm 정도 밖에 안 되는 단각류도 심해에선 몸길이가 최대 30cm 가량이 된다. 또 인간이 버린 비닐봉지도 수심 1만m 이상 심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