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같은 전자 결제 방식을 사용하면 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한다.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 연구팀은 현금을 사용하면 지폐나 동전을 물리적으로 세어 건네주기 때문에 지불 행위를 더 분명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건네주지 않으면 얼마를 사용했는지 알기 어려워지기 쉽다. 계획 이상 지출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카드 대신 현금을 소지하는 걸 권하고 있다.
지난 5월 학술지(Journal of Retailing)에 게재된 연구에서 연구팀은 비현금 결제가 지출을 증가시키는 현금 없는 효과 실태를 조사했다. 먼저 연구팀이 지금까지 발표된 현금 없는 효과에 관한 문헌을 검색한 결과 1978년부터 2022년 사이 발표된 문헌 71편이 발견됐다. 이 논문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전 세계 17개국에 거주하는 1만 1,257명이 수행한 33만 8,513회 결제에 달했다.
각 연구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효과 크기(Effect Size)를 산출해 분석한 결과 양의 현금 없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러니까 현금 없는 결제를 하면 지출액이 증가한다는 게 확인됐다.
현금 결제와 현금 없는 결제 차이는 작지만 유의미했으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후불 서비스 등 결제 방법에 관계없이 모든 현금 없는 결제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반면 현금 없는 결제 방식을 서로 비교했을 때 카드 결제가 모바일 결제보다 지출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자는 이는 비교적 새로운 기술인 모바일 결제보다 카드 결제가 더 익숙하고 그 메커니즘이 이해하기 쉽고 편리한 결제 수단으로 인식되어 방심하게 되는 탓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또 현금 없는 효과는 지불 상황 그러니까 뭘 구매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랐다. 브랜드 고급 의류나 주얼리와 같은 과시적 소비에서는 두드러졌던 반면 식당에서의 팁이나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와 같은 지불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 점에 대해 연구팀은 예상과 달리 현금 없는 결제가 반드시 팁이나 기부금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 밖에도 분석 결과에서는 현금 없는 결제가 보급됨에 따라 현금 없는 효과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도 나타났다. 이는 현금 없는 결제에 익숙해질수록 결제 수단이 소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진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번 연구는 이 전환 과정에서 간과되어 온 측면 그러니까 소비 행동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에 주목한 것이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