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는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어쩌면 미래에는 지상으로 진출해 인류를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5,600종 이상 포유류 형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육상에서 수중에 적응한 포유류가 다시 육상으로 돌아가게 진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인류 등 지상 척추동물은 3억 5,000만 년 전부터 4억 년 전 사이에 수중에서 지상으로 온 어류가 조상으로 생각되고 있다. 육상에 진출한 어류는 이후 사지를 발달시켜 양서류, 벌레류, 포유류 등으로 분화되어 갔다. 네 발을 가진 물고기 이외 척추동물은 뱀과 고래를 포함해 사지동물(Tetrapoda)이라고 부른다.
바다를 떠난 포유류 대부분은 그대로 육지에 사는 걸 선택했지만 돌고래 등 일부 포유류는 바다로 돌아와 다시 수중 생활에 적응해갔다. 이런 경위를 근거로 보면 한 번 육상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돌고래가 다시 지상에 돌아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수생동물이 육생동물로 돌아갈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지난 7월 영국왕립협회 연구지(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연구에서 스위스 프리부르대학 생물학 연구팀은 현존하는 포유류와 비교적 최근 멸종된 포유류 5,635종이 진화해온 궤적으로부터 미래 진화 가능성을 모델화해 분석했다.
포유류 서식지와 분류는 IUCN 적색목록에서 수집해 과거 다양한 연구 데이터에서 얻은 체장, 체중, 식성 등에 대한 데이터를 추가했다. 그리고 이들 동물을 수중에 적응하는 정도에 따라 4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거의 완전히 육상에서 생활하는 기린이나 고릴라 등 A0, 2번째는 오리너구리처럼 수생이면서 육상에서도 동작에 지장이 없는 A1, 3번째는 낙지처럼 지상에서의 동작이 제한되는 A2, 4번째는 고래처럼 지상에서는 거의 전혀 살 수 없는 A3이다.
5,635종 중 완전 육생인 A0은 5,449종으로 전체 중 96.7%를 차지하고 반수생인 A1, 완전 수생인 A2와 A3은 3개 모두 합쳐도 186종, 비율로 하면 3.3% 밖에 안 된다.
연구팀은 그런 다음 공통 조상을 가진 종 사이 진화 관계를 조사해 각 종별 형질을 비교하고 특정 형질이 진화할 확률을 추정하는 모델을 만들고 범주별 동물이 어느 정도 확률로 다른 범주로 옮길 수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A1과 A2 사이에는 경계선이 있어 이 경계선을 넘어 한 번 수중에 적응하면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게 확인됐다. 가역적 이동은 A0과 A1 사이 뿐으로 이 분야 사이를 이동한 종 수 추측치는 A0→A1 37회, 반대인 A1→A0 22회지만 A3→A2, A2→A1 이행률은 거의 제로였다고 한다.
이처럼 진화가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은 19세기 벨기에 고생물학자인 루이 돌로(Louis Dollo)에 의해 제창됐다. 돌로의 법칙으로 알려진 이 원리는 한 계통에서 한 번 잃은 복잡한 형질이 이후 세대에서 다시 출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수중 생활로의 전환은 추운 환경에서 보온에 도움이 되는 체중 증가와 대사를 지원하는 육식성 식사와 같은 여러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런 변화가 육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수생동물의 생존 경쟁을 엄격하게 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완전한 육생에서 반수생으로 조금씩 이행할 수 잇는 한편 일부 수생 적응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경계선이 존재하는 걸 발견했다며 이 때문에 돌고래와 고래 등 완전 수생 동물이 육지로 돌아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