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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메신저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고 나서 대규모 인원 감축이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무료 API 제공 종료나 1일 API 레이트 제한을 계기로 트위터에서 탈피해 스레드나 블루스카이, 마스토돈, 미스키 등 다른 마이크로 블로그 계열 소셜미디어로 옮기는 사용자도 늘고 있다.

ICQ는 미라빌스(Mirabilis가 릴리스한 인스턴트 메신저였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인 AOL이 1997년 경쟁 툴인 AOL 인스턴트 메신저, AIM을 발표했다. 원래 AIM은 AOL 클라이언트에서만 작동하는 독자 툴이엇지만 인스턴트 메신저 기능만은 AOL 사용자가 아니라도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이는 AIM 사용자를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됐고 AIM은 인스턴트 메신저 중에서도 최대 세력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덧붙여 1998년 AOL은 ICQ를 개발한 미라빌스를 인수했다.

또 AIM 프로토콜인 OSCAR(Open System for CommunicAtion in Realtime)는 당초 비공개였지만 일부 사용자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의해 분석되며 타사 메신저 클라이언트가 다수 등장한 것도 AIM 보급으로 이어졌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MSN 메신저도 AOL 사용자에게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OSCAR 프로토콜을 비공개로 하던 AOL은 이에 분노하고 MSN 메신저 클라이언트로부터 통신을 차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전 개발자는 AIM과 MSN 메신저간 호환성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했을 때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많은 사람이 다른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하던 중 새로운 사용자를 MSN 메신저에 참여시키는 게 과제가 될 것으로 에상했다고 말한다. AIM 사용자는 야후 메신저 사용자와 대화할 수 없었고 야후 메신저 사용자는 ICQ 사용자와 대화할 수 없었지만 물론 그 중 어떤 것도 MSN 메신저 사용자와 대화할 수 없었다. 당시 AIM이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와 AOL 두 서버에 동시 로그인할 수 있도록 MSN 메신저를 리노베이션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네트워크 모니터를 이용해 AIM 클라이언트와 서버간 통신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AIM이 사용하는 프로토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스턴트 메신저 업계에선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AIM이지만 2000년 타임워너와 합병하며 바뀌기 시작했다. 합병 조건 중 하나는 AOL이 AIM OSCAR 프로토콜을 개방하는 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연방통신위원회 FCC 기록에 따르면 AOL은 표준 규격화로 노력했지만 몇 년 만에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때 AOL은 당시 애플이 개발하던 인스턴트 메신저인 아이챗(iChat)에 OSCAR 프로토콜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 이 아이챗은 아이메시지(iMessage) 전신이며 2017년 12월 AIM이 서비스를 종료한 뒤 AIM의 사실상 대체품이 됐다.

하지만 AOL이 개발에 실패한 오픈소스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토콜은 재버(Jabber)라는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 XMPP 형태로 탄생했다. XML을 바탕으로 재버 개발을 견인한 인물은 2001년 인터뷰에서 1995년이나 1996년 ICQ가 세상에 나온지 몇 개월은 사용하고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사용하는 걸 그만뒀다고 말했다. 1년 뒤 자신이 아는 사람이 ICQ를 사용했기 때문에 다시 ICQ를 사용하게 됐다. 잠시 뒤 친구 1명이 AIM을 사용하는 걸 알았고 완전히 다른 네트워크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항상 AOL이 사용자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고 AIM을 좋아하지 않으며 AIM 인터페이스는 심각하고 AOL에서 제공하는 것 외에 액세스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한 재버는 이후 XMPP가 됐다. XMPP 개발에 참여한 기업 중 하나가 구글이다. 구글은 XMPP 개발에 참여하면서 자체 인스턴트 메신저인 구글 토크에 XMPP를 채택했다.

하지만 구글은 오픈소스 XMPP 표준 개발에 협조했지만 아무도 검토할 수 없는 폐쇄 형태로 XMPP를 구현했다. 구글 토크에선 XMPP 프로토콜 기능이 크게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XMPP를 채용하는 다른 클라이언트는 구글 토크와의 호환성이 없었다고 한다. 또 구글 서버와 다른 XMPP 클라이언트 서버에서 통신 오류가 빈발해 XMPP 개발자 커뮤니티는 구글 서버를 모니터링하고 디버깅할 수 밖에 없어 개발 속도가 급속도로 떨어졌다고 한다.

구글 토크는 구글 계정을 소유하고 있으면 쉽게 사용할 수 있어 XMPP 클라이언트 사용자 대부분은 구글 토크 사용자였다. 하지만 구글은 자체 개발을 주도하지 않은 XMPP를 존중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자체 개발한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구글 행아웃으로 전환할 것으로 발표했으며 구글 토크는 2013년 5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연히 이 시기 XMPP 커뮤니티로부터 대부분 사용자가 모습을 지워버렸다.

구글이 XMPP를 부순 건 채용, 확장, 소멸이라는 3단계로 이뤄진 전략의 궁극적인 예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런 전략은 구글에 한하지 않고 많은 기업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픈소스 암호화 메신저인 시그널 개발자는 다른 애플리케이션간 상호 운용이 가능한 페더레이션 프로토콜을 중앙 집중적 서비스로 카니발라이즈하는 게 소비자용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한 거의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슬랙이 IRC에 대해 한 것이나 페이스북이 이메일에 했던 것, 왓츠앱이 XMPP에서 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XMPP 에피소드는 마스토돈 같은 오픈소스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논의에서 교훈으로 자주 다뤄진다. 마스토돈과 미스키는 액티비티펍(ActivityPub)이라는 오픈소스 프로토콜을 사용한 오픈소스 분산형 SNS로 인스타그램이 발표한 스레드도 액티비티펍에 대응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랜 인터넷 역사를 보면 XMPP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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