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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진격 막아주는 트랩…용치란?

전차는 두꺼운 장갑과 강력한 화포를 갖추고 무한 궤도로 도로 이외 부정지에서도 이동할 수 있는 차량으로 제2차세계대전에선 지상전 주력이었다. 전차 등장 이후 전차에 대적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왔고 그 중에서도 간단하고 효과적인 게 바로 용치(Dragon’s Teeth)라고 불리는 장애물이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전차가 등장하면서 방어 측은 곧바로 대전차 무기 개발을 시작했고 전차도 이에 대응하는 형태로 성능 강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화포를 탑재한 장갑 차량을 무한 궤도로 움직인다는 전차 기본 구조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차는 대부분 차량이 통과할 수 없는 황무지에서도 진군할 수 있지만 폭이 있는 강이나 참호 등을 극복할 수 없다. 용치는 이런 탱크 약점을 노린 인공 장애물이다.

용치는 다양한 형상과 소재, 배치로 전개되지만 가장 일반적인 건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사각뿔 장애물이 조밀하게 늘어선 형태다. 전차가 용치를 극복하려면 바닥부가 선단부에 올라가면서 무한 궤도가 지면에서 떨어져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구조다. 용치라는 명칭은 많은 블록이 근접해 배치된 모습이 마치 용의 치아처럼 보인 것에서 비롯됐다.

보통 용치는 복수 열로 구성되어 전차가 진행되지 않는 높이까지 서서히 높아진다. 또 전차가 부딪쳤을 때 치아가 넘어지거나 이동하는 걸 막기 위해 지상으로부터 1∼2m 아래에 메운 콘크리트제 토대를 만드는 게 많다고 한다.

용치는 정적 방어 수단이기 때문에 독일 지크플리트선이나 프랑스 마지노선 같은 광대한 방어선 근처에 배치되거나 군사 시설 같은 전략적 요소를 지키기 위해 배치된다. 제2차세계대전 중 영국에선 독일 본토 상륙에 대비해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용치가 넓게 설치됐다.

또 용치에는 전차 진군을 멈춘다는 효과도 있지만 진정한 가치는 전차를 요격하기 쉬운 지점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있다. 전차 부대는 진군 방향으로 용치를 발견하면 그대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론 우회해 용치가 존재하지 않는 루트를 찾는다.

다시 말해 방어 측은 취약하거나 요격이 어려웠던 지점에 용치를 배치하고 전차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를 중점 배치한 킬존에 유도해 적 전차 부대를 효과적으로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용치 후방에 막힌 전차를 공격하기 위한 토치카나 벙커를 설치하거나 용치 틈새에 지뢰나 가시철선을 배치하는 등 복수 방어 시스템을 조합하고 있다. 물론 용치는 파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훈련된 공병은 용치를 파괴하거나 용치에 토사를 씌워 전차를 통과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 중 이런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건 어렵고 방어 측은 어느 정도 손해를 적에게 입혀 진군을 지연시키는 목적을 달성하는 게 가능하다.

용치는 비교적 간단하게 구축할 수 있는 데 견고하기 때문에 제2차세계대전 무대였던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잔존하고 있으며 스위스 등 일부 국가는 여전히 중요 지점에 용치를 배치하고 있다. 또 2022년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군이 지배 지역 주변에 용치를 설치했다는 분석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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