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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가 □□에 7조원을 쏜 이유

매직리프(Magic Leap)는 구글과 퀄컴, 알리바바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무려 22억 달러(한화 2조 4,800억원대)에 달하는 투자를 받아 시선을 끈 기업이다. 이 기업은 증강현실 시스템을 개발 중이지만 실제 시스템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아 베일에 싸여온 것. 거액을 모았지만 정작 실제 제품에 대한 정보는 거의 내놓지 않고 컨셉트를 담은 영상이나 이미지(사진 위. 지갑을 열 만큼 매력적인 사진인 건 분명했다)만 공개한 탓이다.

매직리프가 처음 주목받은 건 2016년이다 사업 내용 자체도 거의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당시 구글과 KCB, 퀄컴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5억 5,200만 달러를 조달했고 같은 해 2월에는 알리바바가 7억 9,350만 달러 자금을 댔다. 물론 앞서 밝혔듯 매직리프는 개발 중인 기술이나 제품을 소개하는 동영상은 이후 공개했다.

이것만으로도 어떤 기술을 통해 영상 속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것인지 여부는 전혀 알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매직리프트가 개발 중이던 건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아닌 복합현실(Mixed Reality). 그러니까 현실과 가상 세계 정보를 결합해 두 세상을 융합하는 공간을 구축하는 기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매직리프가 드디어 올해 하반기 자사의 증강현실 시스템인 매직리프 원(Magic Leap One)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주요 통신사인 AT&T를 독점 파트너로 맞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지난해 12월 매직리프 원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안에 개발자키트로 제공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매직리프 원이 올해 나올 것이라는 얘기는 지난해 연말 발표 당시 나온 얘기다. 매직리프 원은 라이트웨어(Lightwear)라고 불리는 헤드셋과 허리에 장착하는 컴퓨터인 라이트팩(Lightpack), 컨트롤러 세트로 이뤄져 있다.

라이트웨어는 환경을 맵핑하거나 추적하고 음향을 여기에 맞춰주는 디지털 라이프필드(Digital Lightfield)라고 불리는 자체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또 매직리프 측에 따르면 이 기술 덕에 오랫동안 착용한 상태에서도 편안하다는 설명이다. 또 컨트롤러를 이용해 가상 상태의 느낌을 느끼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매직리프 원이 지원하는 플랫폼 기능을 보면 먼저 앞서 언급한 라이트필드. 물레가 빛을 반사하고 있는 상태로 생각하면 된다. 매직리프는 라이트필드 기술을 통해 깊이감에 맞는 자연광을 곁들여 디지털 객체를 생성한다. 인간의 뇌가 인지하는 구조에 맞게 이를 구현하기 때문에 뇌는 디지털 객체를 현실적인 것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마치 눈앞에 실제 물체가 존재하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비주얼 퍼셉션(Visual Perception). 센서를 통해 물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사용자 주위 환경을 재구성해준다. 덕분에 앞서 밝힌 라이트필드로 구현한 객체를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볼 뿐 아니라 객체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매직리프트는 퍼시스턴트 오브젝트(Persistent Objects)를 통해 시각과 룸 맵핑 기술로 사용자가 위치한 물리적 환경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사운드필드 오디오(Soundfield Audio) 기술을 통해 현실 세계를 모방, 소리의 거리감이나 볼륨감 자체를 고품질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현실감을 느끼려면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매직리프는 또 노트북 수준 성능을 갖춰 고화질 게임 그래픽도 거뜬하게 출력할 수 있다고 한다. 3D 모델링이나 FPS 게임 등을 세세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매직리프 원은 그 밖에도 음성이나 제스처, 머리 움직임, 안구 추적 같은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클릭 같은 전형적인 컴퓨팅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방식을 지원한다는 얘기다.

매직리프 원은 현실 공간에 가상 물체를 표시해주는 형태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는 새로운 컴퓨팅 그러니까 기존 디스플레이를 전제로 한 컴퓨팅과는 다른 컴퓨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매직리프 측은 지난해 12월 개발자 키트인 매직리프 원 크리에이터 에디션(Magic Leap One Creator Edition)을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이번에 독점 파트너로 AT&T가 될 것이며 올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구체화한 것이다. AT&T 측은 매직리프 원을 애틀랜타와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리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자사 매장에서 제품 데모를 하는 건 물론 독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AT&T 발표 직후에는 매직리프 측이 트위치를 통해 생방송을 하면서 매직리프 원의 일부 사양을 공개하고 시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매직리프 원에 탑재한 SoC(칩)은 엔비디아의 테그라 X2(Tegra X2)라고 밝혔다. 또 SDK 데모를 진행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증강현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진행형이다. 이미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애플도 독자 기술을 통해 증강현실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새로운 운영체제인 rOS를 탑재한 증강현실 헤드셋을 내놓을 계획이 있다는 것. rOS는 애플워치용 워치OS나 애플TV용 tvOS처럼 iOS를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 헤드셋 전용 운영체제라고 한다.

사실 애플의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사는 굳이 이 제품이 아니더라도 지난해 6월 증강현실 프레임워크인 AR키트(ARKit)를 발표한 바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AR키트는 iOS11부터 이미 적용된 상태다.

애플 뿐 아니라 구글은 이미 지난 2010년대 초반 구글글라스(Google Glass)를 선보인 바 있다(물론 잘 됐다는 얘긴 아니다). 물론 올해 초에는 구글이 퀄컴 최신 칩을 이용해 새로운 증강현실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비슷하며 카메라와 마이크 등을 탑재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명은 구글 A65(Google A65)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지난 2016년부터 복합현실을 지원하는 홀로렌즈(Hololens) 개발을 진행 중이다.

어쨌든 매직리프 원은 이번 발표에 따라 출시시기가 구체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제품의 가장 큰 의미는 뭘까. 일단 AT&T라는 통신사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실 힌트랄 것도 없이 AT&T는 차세대 통신인 5G 시대를 이끌기 위한 제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5G라는 초고속 통신 서비스를 위한 킬러 콘텐츠로 기대감을 내놓고 드러낸 것이다. AT&T의 투자는 증강현실(복합현실이라고 하든)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5G 시대를 앞둔 유력한 킬러 콘텐츠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AT&T가 지불한 독점권 댓가는 무려 63억 달러(한화 7조 900억원대)에 달한다. 기대감은 성의 있게(?) 표시한 액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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